[과학비즈니스벨트 갈등] 지역 특혜 비판 우려 ‘도시’서 ‘벨트’로 명명… 분산 논란, 출발부터 예고

입력 2011-04-07 18:11

‘제2의 신공항’으로 비화되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유치전은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선정 당시부터 ‘분산 배치’ 논란을 잉태한 사안이었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7일 “과학벨트는 원래 ‘과학비즈니스 도시’라는 이름이 사용됐지만, 특정 도시에만 준다는 비판을 우려해 최종 공약집에는 도시 대신 벨트라는 단어가 사용됐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1개 도시가 아니라 여러 개 도시에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과학벨트 공약의 첫 출발점은 민동필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등이 2006년 서울시장이던 이 대통령에게 ‘은하수 프로젝트’를 보고하면서부터다. 이후 검토 과정을 거치며 ‘과학비즈니스 도시’로 변경됐고, 최종적으로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로 확정됐다.

과학벨트가 중앙 공약이 아닌 지방 공약으로 발표된 것도 주목된다. 대선 공약을 만들었던 참모들은 “중앙 공약은 실현 가능성 등을 제대로 검토해 작성했으나, 지방 공약은 민원성 성격이 짙었다”며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과학벨트 역시 민원성 지방공약 성격이 있었다는 얘기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 역시 지방 공약이었다. 따라서 표를 의식해 각 지방의 요구를 ‘지방 공약’이라는 틀로 묶었다가 집권 3, 4년차에 발목이 잡히고 있는 셈이다.

특히 현 정권의 핵심 정책 브레인들은 대선 때부터 세종시 수정안과 과학벨트를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도시 성격의 세종시 원안을 수정안으로 바꾸고, 여기에 과학벨트를 건설하는 안이었다. 동남권 신공항과 과학벨트를 연계하는 게 아니라, 세종시 수정안과 과학벨트가 연계돼 있었던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무산되면서 과학벨트안도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청와대는 현재 ‘과학벨트위원회에서 법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공약이나 세종시 수정안 등 ‘과거 프레임’에 갇혀서는 곤란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핵심 관계자는 “공약 준비 과정이나 세종시 수정안과의 연계 등은 이미 과거사”라며 “국가과학기술 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분산 배치’와 ‘협업’은 구분해야 한다는 논리도 등장했다. 즉, 과학벨트 핵심 시설인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을 분리하면 ‘분산 배치’지만, 광주나 대구 등에 기초과학연구원 분원 등을 설치하는 것은 과학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협업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