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눠먹기식 국책사업은 이제 그만
입력 2011-04-07 17:44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사업이 또 지역 간 대립의 소재로 떠올랐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2015년까지 총 3조5000억원이 들어가는 대형 국책사업을 자기 고장에 유치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달려드는 모양새는 얼마 전 백지화된 동남권 신공항 유치전과 흡사하다.
대전·충청권 국회의원들은 5일 청와대에 시·도민 264만명의 서명록을 전달하면서 세종시 유치라는 대선 공약 이행을 촉구했고, 동남권 신공항 유치에 힘을 모았던 대구 경북 울산도 다시 연대하고 나섰다. 광주광역시는 과학벨트를 광주 전남 대전 대구 등에 분산유치하자는 이른바 ‘삼각벨트론’을 폈다. 경남과 경기권도 뒤질세라 유치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김범일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지사와 지난 4일 비공개 오찬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자리에서 신공항 백지화 이후 대구·경북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과학벨트의 분산배치가 거론된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지만 대전-대구-광주의 ‘삼각벨트’안이 유력하다는 주장이 나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신년방송대담에서 과학벨트에 대해 “국가백년대계이니 공정하게 과학자 입장에서 생각하도록 하겠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과학벨트가 고작 지역숙원사업 수준으로 갈기갈기 찢기는 것으로 보인다.
과학벨트는 한 곳에 집중 배치하여 연구의 집적효과를 높이자는 것이 핵심이다. 당연히 연구의 효율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지역 논리만 중시하는 정치적 안배는 과학을 정치의 희생물로 삼아 대형 국책사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유치를 둘러싸고 전주와 진주가 갈등을 벌여 나눠먹기 식 해법이 나오고 있는 것도 볼썽사납다. 통합 효율, 집적 효과 등 국책사업의 당초 목표를 외면한 채 거론되는 그 어떤 대안도 옳지 않다. 국책사업이 원칙 있는 대응으로 진행될 때 국민의 지지를 얻고, 사업의 성공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