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작가 신경숙의 눈부신 성취

입력 2011-04-07 17:42

미국에서 5일 공식 출간된 신경숙의 장편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가 여러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출간 하루 만에 최대 인터넷서점 아마존닷컴 전체 순위 92위, 본격문학 순위 35위에 올랐다. 앞서 뉴욕타임스에 두 차례 서평이 소개되더니 대형 서점 체인인 반스앤드노블의 ‘여름 2011 디스커버 프로그램’ 신작 15개 중 하나로 선정됐다. 퍼블리셔스위클리 등 독서전문지의 칭찬도 줄을 잇고 있다. 북미 7개 지역과 유럽 8개국을 도는 북투어도 진행한다.

‘엄마를 부탁해’의 성공은 일차적으로 신씨가 일궈낸 문학적 독창성에서 출발한다. 국내에서 이미 170만 부가 팔려 성가를 인정받은 이 소설은 우리시대가 잊고 있던 모성과 가족의 문제를 환기시킴으로써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하기에 이르렀다. 지하철 서울역에서 실종된 엄마를 찾아가는 가족들의 초상을 통해 근본적인 가치에 갈급해 하는 현대인의 감성코드를 터치한 것이다. 한국 농촌과 도시의 문제가 세계문학의 저변과 맥락이 닿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기도 했다.

주변의 기여도 기억할 만하다. 이름 없는 아시아 작가를 과감하게 선택한 곳은 미국 메이저 출판사 크노프다. 이곳에서 선인세 7만5000달러를 받아낸 사람은 미국 에이전트 바버라 지트워다. 한국문학의 국제화를 위해 이 책을 들고 미국 출판시장의 문을 열어젖힌 사람은 한국 에이전트 이구용이다. 문학적 향기를 지키면서도 미국인의 독서취향을 배려해 가며 수려한 문장으로 번역한 사람은 김지영이었다. 이들이 있었기에 신경숙 문학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있었다.

‘엄마를 부탁해’는 이제 시작이다. 아시아와 유럽, 남미에 이르기가지 무려 24개국에 저작권이 수출됐다. 지금 추세라면 올 여름까지 50개 이상의 나라가 출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신씨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도 수출 시동을 걸었다. 한국문학의 일대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험준한 세계 문학의 고봉을 하나씩 등정하는 신경숙의 발걸음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