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이강렬] 한국 대학, 세계 상위권 진입하려면
입력 2011-04-07 17:46
미국 사람들은 순위 매기기를 참 좋아한다. 병원, 호텔, 펀드, 도시, 자동차, 여행 등등 무엇이든지 순위를 내놓고 그것을 즐긴다. 특히 그 가운데 대학 순위는 매우 인기다.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를 주관하는 칼리지보드가 학교 정보를 제공하는 미국 대학은 3965개다.
미국 시사 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대학 컨설팅 기관인 프린스턴 리뷰, 경제지 포브스, 금융전문지 키플링거 등 여러 기관들이 매년 미국 대학과 세계 대학 순위를 내놓는다. 영국 더 타임스와 컨설팅 회사인 QS, 중국의 상하이 자오퉁(交通)대학도 해마다 세계 대학 랭킹을 매긴다.
2004년부터 세계 대학 랭킹을 내놓는 QS가 최근 2011년도 세계 500대 대학 순위를 내놓았다. 이에 앞서 3월에는 미국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가 미국 대학 순위를 분야별로 자세히 내놓았다. 매년 대학 순위가 공개될 때마다 이른바 한국 명문대학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며 여론의 질타를 받는다.
한국 대학, 성적 여전히 저조
QS의 2011년도 세계 톱 5 순위는 지난해와 변함이 없다. 1위 케임브리지, 2위 하버드, 3위 예일, 4위 UCL(University College London), 5위 MIT다. 한국 대학들의 2011년도 세계 순위는 서울대 50위, 카이스트 79위 포항공대 112위, 연세대 142위, 고려대 191위, 성균관 343위, 경희대 345위, 이화여대 348위다. 한국 여러 대학들은 최근 세계대학 상위권 진입을 목표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성적표는 여전히 초라하다. QS가 세계대학을 평가하는 기준은 5가지다. 대학교수들의 상대 대학 평가 40% 기업의 졸업생 평판 10%, 교수-학생 비율 20%, 교수 논문 피인용 20% 국제화 비율 10%다. 일부에서는 이 기준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한다. 어떤 이들은 이 기준이 대학의 현재가 아닌 과거에 대한 평가라는 비판도 제기한다.
그렇다면 한국 대학들의 상위권 진입은 불가능한가? QS 평가기준을 맞추려면 결국 돈, 즉 대학 발전기금으로 연결된다. 일류대학이 되려면 우수한 교수와 학생, 최신 연구시설의 3박자가 맞아야 하고 그러려면 자금이 필요하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서울대가 2007년부터 2010년도까지 1457억3200만원의 발전기금을 모은 것으로 되어 있다. 고려대는 2005년에 964억원, 2006년에 1236억원을, 그리고 연세대는 2005년에 1364억원, 2006년에 1879억원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버드 대학은 2005년 254억 달러(27조9400억원), 2006년 289억 달러(31조7900억원)의 학교 발전기금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일 대학도 2005년 152억 달러(16조7200억원), 2006년에 180억 달러(19조8000억원)였다. 전체 학생수 2000여명의 소규모 명문대학 암허스트도 2005년에 12억 달러(1조2000억원), 2006년에 13억 달러(1조4300억원)의 발전기금을 보유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와는 그 규모가 다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학교발전기금 확보가 관건
하버드 대학과 예일 대학은 학부모 연간 수입이 6만 달러 미만 학생에게 성적에 관계없이 전액학비를 무상 지원해 주고 있다. 많은 미국 명문사립대학들이 이런 발전기금을 바탕으로 석학들과 우수 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아이비리그를 포함해 많은 명문 사립대학들은 국제 유학생들에게도 많게는 등록금의 60∼70%까지 학자금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게 바로 미국 명문대학들이 전 세계 대학 상위 순위를 차지하는 비결이다. 한국 대학들이 세계대학으로 도약하려면 결국 발전기금 규모를 대폭 늘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미국 대학을 통해서 본다.
이강렬 논설위원 ry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