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속에서 7년 기다린 매미의 꿈을 배우렴
입력 2011-04-07 17:32
일곱 번째 생일/글·그림 이형진/시공주니어
땅속에서 일생의 대부분을 지낸 뒤 나무로 올라온 매미는 2∼4주를 바깥세상에서 ‘찬란하게’ 보낸 뒤 생을 마감한다. 매미의 이런 생태적 특성은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큰가시고기의 부성애와 함께 인간에게 큰 감동을 주고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발휘하곤 한다. 신간 ‘일곱 번째 생일’은 매미의 일생 중 가장 극적이자 오랜 꿈이 실현되는 순간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면서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는 그림책이다.
일반적으로 매미는 여름밤 처음으로 땅 위로 나와 나무를 오르고 밤사이 마지막 탈피를 한다. 새 날이 밝으면 더 이상 아기 매미가 아닌 어른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매미가 처음 세상으로 나와 어른 매미로 변신하는 극적인 순간까지를 담고 있다.
“우리는 이제 일곱 살이 돼. 어른이 되는 거지. 노래도 부를 수 있고, 하늘도 날 수 있는 어른. 어른이 되기 위해 그동안 땅속에서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몰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경외감과 함께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주인공 매미는 소심하고 겁이 많다. 무시무시한 새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 매미는 다른 친구들보다 하루 늦게 어른이 된다. “내 다리는 꼼짝을 안 해. 밤은 깊어 가는데, 어떡하지? 톡! 갑자기 내 머리 위로 뭔가 떨어졌어. 어, 이건 친구들의 아기 옷이잖아? 친구들은 벌써 어른이 된 거야.”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친구들보다 뒤처지긴 했지만 매미는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끝내 꿈을 이룬다. 그리고 노래를 부른다. “난 가볍게 꼭대기로 날아올랐어. 그리고 노래를 시작했지. 땅속에서부터 그렇게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쓰으쓰으 매앰매앰.”
오랜 기다림 끝에 세상 밖으로 나온 짧은 순간이 더 특별하고 절박한 매미가 꿈을 이루기 위해 어려움을 딛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았다. 지난해 ‘작은 씨’라는 그림책에서 생명 순환을 이야기했던 이형진 작가는 이번에도 시어 같은 글과 창의적인 일러스트를 담아 아이들에게 생명의 존엄성과 인내와 용기, 희망의 소중함을 들려준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