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방사능 공포] 21세 도쿄전력 직원 ‘무언의 귀가’

입력 2011-04-06 18:56

‘무언(無言)의 귀가.’

일본 아오모리(靑森)현 무쓰(陸奧)시의 한 가정집에 지난 3일 시신이 안치된 관 하나가 도착했다.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숨진 도쿄전력 직원 데라시마 요시키(寺島祥希·21)씨의 관이었다.

데라시마씨는 고향에서 무쓰공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도쿄전력에 취직했다. 데라시마씨의 아버지(46)는 “고졸 학력 때문에 큰 회사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자격증을 많이 따는 등 성실하게 일했다”고 말했다고 5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대지진이 발생했던 지난달 11일 데라시마씨는 동료들과 함께 평소와 다름없이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 원자로 내부를 점검 중이었다. 지진이 발생하자 데라시마씨는 무쓰시 본가의 부모에게 전화해 “이곳은 전기도 들어오고 있어 문제가 없다. 괜찮다”며 오히려 가족을 걱정했다. 그게 데라시마씨의 마지막 목소리가 됐다.

대지진 발생 20일째인 지난달 30일 데라시마씨는 4호기 터빈 건물 지하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망시각은 대지진 발생 당일 오후 4시쯤이며, 사인은 과다출혈이었다. 시신 주변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데라시마씨의 부모는 관 속에 말 없이 누워 있는 아들을 바라보며 “지진이 발생하고 난 뒤 전화까지 해서 안심하고 있었다”면서 “아직 이렇게 젊은데…”라고 흐느꼈다.

아버지는 “최후까지 임무를 완수하고 목숨을 잃었다. 열심히 했다”고 아들을 위로했다. 관 위에는 데라시마씨의 여동생 친구가 접은 종이학 4000마리가 놓여 있었다.

김영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