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비즈니스벨트 갈등] 청와대는 부인하지만… ‘과학벨트 쪼개기’ 언질?
입력 2011-04-06 14:45
MB-대구시장·경북지사 무슨 얘기 나눴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입지를 선정할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는 7일 첫 회의를 시작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입지를 둘러싼 갈등이 급속히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에서 김범일 대구시장, 김관용 경북지사와 비공개 오찬을 했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상처받은 TK(대구·경북)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자리였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두 단체장에게 극도의 보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권의 관심은 이 자리에서 과학벨트 분산배치 문제가 논의됐는지 여부다.
청와대는 과학벨트 논의 자체를 강력 부인했다.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논리 개입은 안 된다’고 못 박은 바 있다”며 “그런데 과학벨트위원회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분산배치 같은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이 영남권을 달래기 위해 충청권 반발이 뻔한 분산배치 발언을 했다는 설정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설명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만약 사전에 이런 논의가 진행된다면 충청권의 반발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단체장은 오찬 후 지역 숙원 사업들에 대한 건의서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보고서에는 지역개발 관련 요구들이 포함돼 있다. 김 시장과 김 지사가 과학벨트 분산유치를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보고서 안에 이 내용을 넣었을 가능성은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봉투는 하나 받았는데, 내용은 확인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 청와대 입장은 ‘과학벨트위원회가 객관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2월 1일 신년 방송 좌담회에서 “국가 백년대계이니 공정하게 과학자 입장에서 생각하도록 하는 게 맞는 일”이라고 말했다. 충청권은 즉각 ‘대선 공약을 번복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오히려 객관적으로 하는 게 충청권에 도움이 된다”면서 진화했었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 ‘과학벨트가 반드시 세종시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논리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과학벨트 세종시 유치는 세종시 수정안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세종시가 예정대로 행정도시로 확정된 만큼 변화된 상황에 대한 과학자들의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행정부처가 들어서기 때문에 과학벨트가 들어설 공간이 남아 있느냐의 문제도 있다”며 “다만 현재는 ‘간다, 안 간다’를 예단할 수 없으며, 위원회의 객관적인 연구 결과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