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태도지수 9년 만에 최고… 은행들 또 과열 조짐
입력 2011-04-06 21:29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던 은행들의 자산 확대 경쟁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대출을 늘릴지 여부를 지수화한 은행들의 대출태도지수가 9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미 시중은행 간에는 다른 은행의 고객을 빼오면 가산점을 주는 등의 과열경쟁이 빈번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0∼21일 16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대출행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2분기 중 대출태도지수는 21을 기록했다고 6일 밝혔다. 대출태도지수가 플러스일 경우 은행이 대출 문턱을 낮춰 대출을 많이 늘릴 것이라는 의미고 마이너스면 그 반대다. 2분기 지수 전망치는 과소비와 카드대란이 한창이던 2002년 1분기(22) 이후 9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한은 금융안정분석국 신형욱 부국장은 “대출태도지수가 크게 오른 것은 최근 자산성장세가 낮았던 은행들이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 경쟁에 들어갈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분야별로는 가계 일반에 대한 대출태도지수가 9년 만에 최고인 19로 나타났으며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대한 대출지수도 크게 뛰었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직원들에게 각종 인센티브 등을 제시하면서 고객 확보를 위한 과당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A은행은 최근 지점의 경영성과 평가에서 퇴직연금을 유치할 경우 가산점을 주고 있다. 반기별로 퇴직연금 목표치를 달성하면 추가로 30점을 더 받는 식이다. 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실적 순위가 최근 크게 떨어지면서 해당 부서의 요청에 따라 퇴직연금 부분만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업대출 확대를 위해 각 은행별로 지점장이 금리를 깎아주는 지점장 전결금리를 총동원하기도 한다. 개인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B은행은 타 은행에서 대출받은 고객을 당행 대출로 전환(대환대출)하면 이에 따른 평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문제는 금리상승기에 무분별한 대출이 이어질 경우 신용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 설문조사 항목인 신용위험지수를 보면 2분기에 16으로 3개월 만에 지수가 상승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가계 신용위험지수는 22로 2년 만에 최고로 높아졌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어 가계 채무상환능력이 약화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고세욱 강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