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 ‘대세’ 굳히나… 1달러=85.29엔, 6개월 만에 최고

입력 2011-04-06 21:30


동일본 대지진 후 급등했던 엔화값이 급락, 심리적 지지선인 달러당 85엔대로 떨어졌다.

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은 85.29엔으로 상승해(엔화 가치 하락)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는 일본 대지진 발생 후 한때 76.25엔까지 급락했었다.

엔화 가치가 심리적 지지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일본과 유럽 간 금리 차이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7일 금리를 현 수준인 연 0∼0.1%로 동결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연 1%에서 0.25% 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투자자들이 엔화를 팔고 금리가 높은 국가 통화를 살 유인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이날 엔화값은 미국 달러뿐 아니라 유로존(17개 유로화 사용 국가), 영국 호주 등 16개 선진국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다. 특히 저금리를 이용해 엔화자금을 조달해온 투기세력이 가세하면서 호주 달러는 엔화에 대해 3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당분간 대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일 대장성 차관 시절 국제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해 ‘미스터 엔’이란 별명이 붙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엔화가 달러 대비 85엔이 깨질 경우 90엔까지 도달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며 엔 약세는 6개월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후쿠시마현 원전의 방사능 유출 사고가 악화될 경우 엔화 약세가 주춤할 수도 있다.

엔화 약세가 급물살을 타자 엔 캐리 트레이드(일본의 낮은 금리를 활용해 엔화를 빌려 제3국에 투자하는 금융거래)가 되살아나면서 엔화에 대한 원화값도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100엔당 1432원까지 솟았던 원·엔 환율은 5일 1290.81원으로 1300원 선이 깨진 데 이어 6일에는 1273.69원으로 더 떨어졌다. 지난해 5월 26일 1263.83원을 기록한 이래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지난달 17일에 비해 160원가량이나 떨어진 셈이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팔고, 서울에서 달러를 파는 교차거래가 빈번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압력을 받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40원 내린 달러당 1086.80원에 마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