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짝짓기’ 세계가 들썩… 우리는?

입력 2011-04-06 18:48


뉴욕 놓고 獨-나스닥OMX 기싸움·英-加 합병도 가시화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와 캐나다 토론토거래소(TMX)가 합병하고, 독일거래소(DB)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Euronext)를 인수하고….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 아세안 6개국은 올해 말 거래소 간 연계 운영을 시작하며, 칠레 콜롬비아 페루 등 남미 거래소는 통합거래소를 출범한다.

전 세계 증권거래소가 ‘짝짓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 유수 거래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위기를 느낀 일본은 자국 내 거래소 통합을 추진 중이다. 한국거래소(KRX)는 이제 겨우 국 내 경쟁시스템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준비가 너무 늦어 전 세계 자본시장에서 도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거래소 지각변동 진행 중=미국과 유럽 내 거래소 간 인수·합병(M&A)은 2000년부터 본격화돼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요즘 추세는 대형 거래소 간 합종연횡으로 ‘몸집’ 불리기가 한창이다. 거래소끼리 합쳐 주식거래비용은 절감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을 유인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2000년 초부터 대체거래시스템(ATS)이 발달해 정규시장인 거래소와 경쟁이 격화되면서 누가 더 많은 투자자를 확보해 주도권을 잡느냐가 관건이 됐다. 정보기술(IT) 발달로 국가 간 주식거래에 불편함이 없어진 점도 국경을 넘은 거래소 간 합병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최근 ‘핫이슈’는 뉴욕증권거래소를 독일거래소가 가져가느냐, 미국 나스닥과 스웨덴거래소 합병으로 탄생한 나스닥OMX 등이 가져가느냐 여부다. 지난 1일 나스닥OMX가 독일거래소보다 훨씬 높은 자격을 제시하며 인수전에 뛰어들었기 때문. 어느 쪽과 합병에 성공하든 양 상장사 시가총액만 17조∼20조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거래소가 탄생하게 된다. 이어 영국 런던-캐나다 토론토거래소 그룹이 합병에 성공하면 시가총액 5조7830억 달러로 2위에 오르고, 도쿄(3조8280억 달러), 상하이(2조7160억 달러), 홍콩(2조7110억 달러) 거래소가 뒤를 이을 전망이다. 한국거래소(1조920억 달러)는 세계 거래소 M&A 지각변동에 따라 14∼16위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제 걸음마…경쟁력 처질라 ‘전전긍긍’=세계 거래소들이 짝짓기 전쟁이 한창인 데 비해 한국은 너무 조용하다. 거래소 독점체제에다 상장기업, 투자자 모두 국제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각종 규제도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6일 “중국거래소가 전 세계 투자자를 블랙홀처럼 집어삼키고 있고, 이르면 5년 내 세계 거래소가 3∼4개로 압축될 텐데 자칫하면 잡아먹힐 수도 있다”며 “세계 거래소 과점체제 상황에서 삼성전자 같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 증시로 빠져나가면서 일개 지역 거래소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최근 거래소와 경쟁할 수 있는 ATS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일단 국내에서만이라도 주식거래 경쟁시스템부터 마련해 놓자는 차원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에 조언해주고 있는 서울대 정순섭 교수(법대)는 “금융당국과 거래소, 상장기업, 투자자들이 거래소 국제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는 게 중요하고, 전략과 비전만 수립되면 민감한 거래소 기업공개(IPO)나 국내외 동시 및 2차 상장 등의 법적 절차는 오히려 쉽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