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乙 야권연대 극적 성사… 민주 곽진업 후보 ‘100% 여론조사 경선’ 수용

입력 2011-04-06 18:48

4·27 경남 김해을 보궐선거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극한 대치가 풀렸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민주당 곽진업 후보를 설득했고, 곽 후보가 참여당이 요구한 ‘100% 여론조사 경선’을 전격 수용했기 때문이다.

곽 후보는 6일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002년 대선 때 불리한 조건을 무릅쓰고 후보단일화를 위해 내린 당시 노무현 후보의 고뇌에 찬 결단을 본받지 않을 수 없었다”며 “통 큰 양보와 결단으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곽 후보의 결단을 수용키로 했으며, 참여당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은 “후보자 본인이 어제 저녁 결단을 하고 오늘 아침 지도부에 연락해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동안 두 당은 시민사회단체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경선 방식을 둘러싼 입장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양측이 극심한 갈등을 겪자 일각에서는 이번 재보선에서의 야권연대 실패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타래처럼 꼬인 김해을 후보 단일화 문제가 풀린 배경에는 문 이사장의 적극적이고 파격적인 행보가 있었다. 문 이사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곽 후보와 50여분간 면담을 가졌고, 회견장에서는 곽 후보 옆에 섰다. 회견에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 민주당 내 친노 인사인 백원우 의원 등도 함께했다.

문 이사장은 회견에서 “김해을은 노무현 정신이 응축된 것으로 모두 힘을 합쳐 한나라당 후보를 심판해야 하는 곳”이라며 “야권 후보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곽 후보의 양보와 결단에 성원과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사실상 곽 후보 지지선언으로 해석된다.

문 이사장이 정치권을 멀리하고 있고, 평소 카메라 앞에 나서는 것조차 꺼린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김해에서 후보단일화가 늦어질 경우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없고, 선거에서도 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문 이사장을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백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문 이사장이) 참여당과 접촉을 했으나 참여당이 전혀 양보할 기색이 없자 곽 후보를 만나서 설득하고 그 결단에 지지표명을 한 것”이라며 “불리함에도 버릴 수 있는 결단이 노무현 정신이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 김해에서 노무현의 적자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문 이사장이 누구의 행위에 지지를 표명하신 것은 처음”이라며 “수녀님(문 이사장)이 속세에 나오신 셈”이라고 덧붙였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