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끝난 코트디부아르… 아직 머나먼 평화

입력 2011-04-07 01:47


코트디부아르 내전 사태가 알라산 와타라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로 사실상 끝났다. 하지만 와타라 당선자는 두에쿠에에서 벌어진 대량 학살에 연루된 의혹이 있어 당분간 정국은 혼란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유엔은 5일(현지시간) 두에쿠에에서 시신 200구가 묻힌 매장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밸러리 아모스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 국장 등이 현장조사를 하면서 와타라 지지 세력의 학살행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앞서 가톨릭 구호단체 카리타스는 지난 2일 이곳에서 민간인 100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대량 학살에 와타라의 개입이 드러날 경우 코트디부아르 정국은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코트디부아르는 2002~2007년 남북으로 나뉘어 내전을 치른 적이 있다. 와타라 당선자는 북부 이슬람 세력의 지지를 업고 당선됐고,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은 남부 가톨릭 세력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다. 단순히 정치적 이념이 아닌 지역, 종교, 종족 등 뿌리 깊은 갈등이 내전으로 표출된 것이다.

와타라 당선자가 대량 학살과 무관하다고 해도 내전으로 멈춰버린 경제 재건은 큰 숙제다. 그는 지난 1월 코트디부아르의 주요 수출 품목인 코코아와 커피 수출을 중단시켰다. 국제사회는 그바그보 대통령을 압박하려고 경제제재 조치를 취한 상태다. 내전에 따른 불안감으로 외국 기업은 코트디부아르를 떠났다. 코트디부아르는 국가 세입의 40%를 프랑스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그바그보 대통령이 항복을 시사하는 한편 유엔의 보호를 요청했다고 유엔 관리의 말을 인용해 로이터통신이 5일 보도했다. 최영진 코트디부아르 유엔 특별대표는 “그바그보가 대선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원칙을 받아들였다”며 “지금 협상은 그가 어디로 갈지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대통령 관저 내 지하 벙커에 대피한 그바그보 대통령은 프랑스 TV LCI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전 조건의 협상이지 퇴진 협상은 없다”고 항복 의사를 부인했다.

그바그보 측은 “프랑스군과 와타라 군이 그바그보의 관저를 공격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암살 시도”라고 비난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프랑스군은 공격 사실을 부인했다. 와타라 측은 관저로 진입했으며 그바그보 생포를 자신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유럽연합(EU)는 그바그보 측을 불법 정부로 규정하고 채권 매입과 대출을 금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키로 했다.

와타라 당선자는 어머니가 부르키나파소 출신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대권 꿈을 접어야 했다. 와타라는 1995년과 2000년 대선 출마를 시도했으나 ‘국적 정체성’ 공세에 시달려 후보 등록도 하지 못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