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루스코니 성매매 재판 연기… 당사자 법정 출석안해

입력 2011-04-06 21:26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의 미성년 성매매 혐의 관련 재판이 연기됐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상대 여성으로 지목된 카리마 엘 마루그(일명 루비)가 모두 불출석하자 밀라노 법원 재판부는 재판 시작 10여분 만에 휴회하고 다음달 31일 재판을 재개한다고 선언했다고 AFP통신 등이 6일 보도했다.

이 재판은 베를루스코니의 정치적 명운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법원 앞에는 전날부터 각국 취재진 수백명이 대기하는 등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억만장자인 베를루스코니는 1994년 총리로 선출된 이래 부패와 탈세 등의 혐의로 수차례 기소됐으나 번번이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루비 게이트’로 불리는 이번 재판에서 유죄가 입증될 경우 그의 정치 생명도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검찰은 베를루스코니가 지난해 2∼5월 당시 17세이던 모로코 출신의 클럽 댄서 루비에게 돈을 지불하고 13차례 성관계를 가졌다며 미성년 성매매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베를루스코니는 루비가 절도죄로 체포됐을 때 경찰에 전화해 석방 압력을 넣어 권력을 남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베를루스코니가 루비의 출생증명서 조작을 위해 모로코 관리들에게 금품 제공을 시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성매매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권력남용 혐의와 관련해선 자신이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조카라는 루비의 말을 믿고 외교 마찰을 피하기 위해 전화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재판에 앞서 베를루스코니의 변명이 담긴 도청 녹취록이 공개됐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녹취록에는 지난해 8월 베를루스코니가 자신의 치위생사 출신으로 여당 의원을 지낸 여성 니콜 미네티와 나눈 “루비가 자신의 나이를 속였다”는 내용의 대화가 담겨 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