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후유증… 땅값 하락·찬반세력 갈등 격화

입력 2011-04-06 18:18

“신공항이 대체 뭐길래 마음만 이리 들뜨고 시끄럽게 하노.”

경남 밀양시 명례동 김모(68)씨는 최근 은행 대출금 갚을 생각과 땅값 하락으로 잠을 설친다. 당초 김씨는 지난해 결혼한 아들을 위해 땅을 팔아 서울에 전셋집을 마련해 줄 작정이었다. 하지만 “땅값이 엄청 올라갈 것”이라는 주위 사람들의 얘기만 믿고 땅은 그대로 둔 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김씨는 “땅값이 더 떨어지면 빚만 고스란히 남을테니 앞으로가 걱정”이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신공항 후보지인 밀양시 하남읍 인근 상남면과 초동면, 창녕군은 신공항 붐을 타고 부동산 가격이 3년간 2∼3배 가량 올랐다. 그러나 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 인근 지역 땅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부동산 거래가 거의 실종됐다.

이런 와중에 신공항 유치 찬·반 세력들 사이에 갈등의 골까지 깊어지는 등 후유증이 커지고 있다.

밀양에서는 유치에 나섰던 밀양 범시민연대와 유치를 반대했던 밀양농업발전보존연구회·하남읍신공항반대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간에 폭행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구에서는 신공항 밀양 유치를 추진했던 김범일 대구시장을 비롯한 대구시와 대구시의회의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이 신공항 유치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범시·도민 결사추진위원회’ 윤희구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청와대와 정부의 권력 핵심부 인사들이 배후에서 신공항 백지화 여론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맞서 본격적으로 김해공항의 독자적인 이전을 추진키로 했다.

시는 김해공항의 가덕도 이전을 추진하기 위해 ‘김해공항 활성화 및 이전 타당성 조사연구’ 용역을 발주키로 했다. 시는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김해공항 이전의 당위성과 급박함을 중앙정부에 전달하고 논리적으로 설득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국종합=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