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사업 허와 실-③ 호남∼제주 해저고속철사업] 천문학적 공사비에 제주도 경유형 관광지 전락 우려

입력 2011-04-06 22:10


호남과 제주를 연결하는 해저고속철도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국책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6일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0억원을 들여 착수한 호남∼제주 해저고속철도 타당성 조사가 오는 8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타당성 조사는 이용 수요 등을 고려한 경제성 분석과 노선의 지형·지질조사 및 사업기간 등 기술적 타당성 등을 집중 검토하게 된다.

◇종합적 타당성 조사가 필수 요건=국토부는 이 과정에서 외국 해저터널 사례조사와 시설구조·방재·안전 등 기술적 조사를 수행하고, 여러 개의 대안노선을 도출한 뒤 비교 분석을 통해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 경제적 파급 효과와 국토공간구조 및 산업구조 변화뿐 아니라 호남∼제주 해저터널 건설 이후 문제점 등도 함께 조사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호남∼제주 해저고속철도 사업은 타당성 조사 결과와 국가 재정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계획 반영 여부를 최종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08년 12월 구상한 ‘호남∼제주 해저고속철도 건설안’에 따르면 이 사업은 목포∼해남∼보길도∼추자도∼제주도에 이르는 167㎞(지상 66㎞, 해상 교량 28㎞, 해저 73㎞)를 연결하는 것으로 돼 있다. 사업기간 11년(2010∼2020년), 사업비는 약 14조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시속 350㎞ 고속열차 투입 시 서울에서 제주까지 2시간26분이 걸리고, 목포에서 제주까지는 40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은 이를 통해 44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34만명의 고용창출효과 등 경기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타당성 조사를 거쳐 국가미래발전을 위한 국책사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남·제주권 신 해양시대 추구=2007년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제안한 이 사업에 대해 전남도는 2009년 7월 완도∼제주 간 해저터널 건설방안을 발표한 뒤 제주도와 공동으로 중앙정부에 국가계획 채택을 공식 건의했다. 박 지사와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당시 대정부 공동건의문을 통해 “해저터널이 뚫리면 신 해양시대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전남과 제주특별자치도가 직접 연결된다”며 “제주와 다도해 관광, 유네스코 자연유산과 내륙문화유적과의 연계, 전남의 친환경농산물과 제주의 농수특산물의 교류 등이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도 철도공항담당 백창환(55)씨는 “이 사업은 당장의 경제성보다 30∼50년 후의 관광 전망 등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며 “이 해저고속철도가 완공되면 제주와 전남을 하나의 관광권으로 묶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저 철도 자체가 관광상품이 될 수 있어 전남 발전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 확보와 부정적 시각 불식이 관건=문제는 천문학적인 공사비이다. 매년 5000억원씩 투자할 경우 공사기간이 무려 30년 가까이 걸린다. 조기에 완공하려면 최소한 연간 3조원 이상 투자돼야 한다.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회간접자본 투자비는 연간 20조원이 채 안 돼 막대한 재원을 배분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여기에 막대한 공사비를 국비로 확보하려면 국토부는 물론 기획재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특히 중앙 정부의 일부 공무원들이 이 해저터널 건설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산 너머 산’이다.

더구나 제주와 광주·전남의 일부 관광업계 종사자들도 이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제주도 관광업계는 고속철도로 육지와 연결될 경우 섬으로서 고유한 매력이 상실되는 만큼 신공항 건설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제주 관광업계 관계자는 “제주는 체류형 휴양 관광지 역할이 중요한데 자칫 경유지 관광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한꺼번에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몰려도 청정 자연환경이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전남지역 관광업계도 관광인프라가 뛰어난 제주로 국내외 관광객이 몰릴 가능성이 커 열악한 지역 관광산업계가 고사 위기를 맞게 될까 걱정하는 입장이다.

무안=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