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TF팀 발표했는데… 석유제품값 안정 ‘추상적 대책’만 나열

입력 2011-04-06 22:06


정부는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고유가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을 당장 덜어주기보다는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추상적인 정책들만 나열했고 정유사에 면죄부만 줬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6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민관합동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가 마련한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석유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 올해 말까지 한국거래소에 석유제품을 사고팔 수 있는 전자상거래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하고 2012년 말까지는 석유제품 선물시장을 개설하기로 했다. 또 자가폴 주유소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이들이 필요한 물량을 공동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중장기적으로 정유사 간 석유제품 품질 비교와 외국 사례 연구, 소비자 권익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연구 용역과 공청회를 거쳐 특정 정유사 간판을 단 주유소가 별도 표시 없이도 다른 정유사 제품이나 혼합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한국석유공사를 도매업 등 유통시장에 진출시켜 국내 유가 안정화에 기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그러나 당장 기름값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안은 전혀 없다. 특히 원유, 국제 석유제품 가격보다 국내 정유가, 주유소 가격이 더 오르고 덜 내린다는 ‘비대칭성’을 확인했지만 정유사들 간 담합이나 부당이익 취득과의 상관관계는 밝혀내지 못했다.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의 “주유소의 행태가 묘하다”는 발언 등 시중 여론은 정유사가 비대칭성을 활용해 부당이득을 챙기는 것으로 의심해왔다. 국제 가격과 국내 정유사 가격의 차이도 매년 벌어졌다.

2008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또 2009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구간별로 살펴본 결과 정유사와 주유소 가격 모두 국제제품 가격과 비대칭을 보였다. 평균적으로 국제 휘발유 가격이 1원 오를 때 국내에선 0.7원 올랐고 1원 내릴 땐 0.4원만 내렸다. 올릴 땐 덜 올리고 내릴 땐 찔끔 내린 것이다.

그러나 TF는 비대칭성이 나타났다고 해서 정유사의 담합이나 부당이익을 확인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TF 관계자는 “비대칭성을 폭리, 담합과 연결지어 보는 것은 잘못됐다”며 “비대칭성을 가지고 정유사를 때려잡겠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답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들의 의구심을 전혀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장기 검토 과제로 정한 정유사 폴사인과 판매 제품의 일치 의무를 완화하겠다는 방안도 논란이 되고 있다. SK주유소에서 GS칼텍스나 에쓰오일의 기름을 팔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주유소는 그때그때 가장 싼 가격으로 공급하는 정유사 물량을 구매할 수 있게 돼 전체 석유제품 가격은 내려가게 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소비자들의 정유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주유소 업자들의 이익만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른 정유사 기름을 싸게 사 왔으면서도 원래 거래하던 정유사 값을 근거로 주유소 가격을 책정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어서다. 또 혼합판매를 하다 소비자 차량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책임소재를 가리기도 곤란해진다. 상표법 등 현행 법률과의 충돌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