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류세 인하’ 카드 또 만지작
입력 2011-04-06 18:05
유류 관련 세금 인하에 대한 정부 태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유류세 인하는 없다’는 분위기에서 ‘검토하고 있다’거나 ‘의사결정만 하면 언제든지 내릴 수 있다’ 식으로 입장이 바뀌고 있다. 이미 고유가로 서민 부담이 증폭되고 있는데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국제 원유시장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물가대책의 핵심은 유가 대책인데 유류세 인하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세수와 에너지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유류세 인하 부분도 검토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수입원유에 붙는 관세와 유류세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우선 관세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 수입원유에는 관세 3%가 부과된다. 이어 관세와 원유 수입가격을 합친 값에 부가가치세 10%를 매긴다.
역부족이면 유류세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류세는 석유제품 판매단계에서 부과되는 세금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휘발유는 ℓ당 529원, 경유는 ℓ당 375원), 교육세(교통세의 15%), 지방주행세(교통세의 26%)를 합친 세금이다. 종량세로 휘발유의 경우 ℓ당 745원이 정액으로 붙는다.
다만 2008년의 기억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폭등한 2008년 3월부터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10% 내렸었다. 당시 두바이유가 배럴당 95달러일 때 단행됐으나 두바이유는 7월에 147달러까지 더 가파르게 올랐다. 가격을 낮추는 효과 없이 세수만 1조4000억원이 줄었다. 종량세인 탓에 기름 소비가 많은 대형차량에 혜택이 많이 갔다는 비판도 있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지난달 7일 배럴당 111달러를 기록한 뒤 횡보를 하고 있어 방향성 등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유류세 인하는 의사결정이 중요한 것이지 세율을 내리는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한편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수입원유에 부과한 관세는 6547억원, 부가세는 2조6313억원이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9335억원을 더 거둬들였다. 그러나 수입원유 가운데 수출용으로 사용되는 원유의 경우 부과된 관세·부가세를 사후에 전액 환급하기 때문에 60%가량은 환급된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