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종혁] 그래도 신문이다

입력 2011-04-06 17:44


지하철에 헤드라인 뉴스가 실시간 올라온다. 앞쪽 화면의 디지털 방송이 흥미를 끈다. 승객들은 각자 스마트폰, 태블릿PC, 태블릿폰, e-북 리더기 등에 빠져 있다. 신문 읽는 이는 찾기 힘들다. 신문은 이제 소수 미디어가 되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뉴스 미디어의 미래’라는 연구과제에서 10년 후를 예상한 시나리오 중 일부이다. 지난해 신문 전체의 구독률은 25% 미만이었다(광고주협회, 2010). 영향력과 신뢰도에서도 신문은 KBS, MBC에 큰 차이로 뒤졌다(한국언론진흥재단, 2010). 최근 일본 언론학자가 출간한 책 제목은 ‘신문 텔레비전의 소멸’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래에도 신문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한국언론진흥재단, 2010). 스마트TV, 소셜미디어 등 때문에 주변부로 밀리겠지만,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뉴스에 대한 전망은 매우 긍정적이다. 뉴스가 양적으로 많아지고 유통 상황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위기는 신문업계의 위기일 뿐 뉴스의 위기는 아닌 셈이다.

뉴스의 품질은 어떻게 될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연구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전망할 수 있다. 뉴스가 도처에 산재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요 뉴스를 쉽게 접하기에 일부러 뉴스 찾을 필요가 없어진다. 하지만 사회 비리를 고발하는 탐사보도, 주요 이슈에 대한 분석, 전문 영역에 대한 보도 등 고품질의 뉴스는 찾기 힘들다. 연예, 오락, 스포츠, 가십 등 가볍고 자극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뉴스 공급원은 기자가 아닌 정보원 자체인 경우가 많다. 정확성, 객관성, 공정성 측면에서 신뢰하기 어렵다.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다

뉴스의 양적 증가와 질적 하락은 신문에게 성장 기회이다. 넘쳐나는 뉴스 속에서 고품질 뉴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뉴스가치가 높은 이슈를 정확성, 객관성, 공정성 등 저널리즘 규범에 어긋나지 않게 보도한 기사들이 요구될 것이다. 신문은 뉴미디어에 비해 전문화된 뉴스 생산 시스템과 잘 교육받은 기자 자원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 저널리즘 원칙과 규범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매체이다. 고품질 뉴스 생산 능력을 갖춘 매체이다.

앞으로 직업적 언론인은 뉴스 전달자에서 뉴스 안내와 해설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한 의제설정과 심층보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문은 1면 톱기사의 신중한 선정을 통해 독자들이 알아야 할 사회 이슈를 효율적으로 전달해 줄 수 있다. 선정적 내용으로 가득한 인터넷 뉴스 사이트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심층보도·분석기사 강화를

특히 신문은 심층보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신문위기 극복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도 탐사보도와 심층성 강화가 주된 전략으로 논의됐다. 언론학자 에트마와 글래서(Ettema & Glasser)는 탐사보도의 원칙으로 공표성(publicity), 설명성(accountability), 통합성(solidarity)을 제시했다. 숨겨진 사실을 사회에 드러내 공표하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는 충분한 근거와 깊이 있는 분석으로 모든 독자들을 납득시키는 설명력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갈등 주체들이 보도 내용을 함께 수긍하며 통합되는 계기도 만들어야 한다.

요컨대, 신문은 독자들에게 고품질 뉴스를 제공해주는 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심층성 강화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특히 보수와 진보로 나누어진 우리 사회에서 구성원 간 통합을 이끌어내는 심층보도는 그 품질을 더욱 인정받을 것이다. 오늘 신문의 날은 독립신문 창간 61주년을 기념해 1957년 제정됐다. 일제시대 독립신문 제호에는 항상 태극기가 함께 인쇄되었다. 어려웠던 시절 독자들의 단결과 통합을 강조하고자 했다. 신문의 정파성이 많이 지적되는 요즘,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심층보도를 중심으로 신문의 발전 방향을 고민해 볼 시점이다.

이종혁 경희대 교수 언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