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유사 이어 정부가 유류세 내릴 차례
입력 2011-04-06 17:45
지난 1월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구성된 민관 합동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의 결과물이 어제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 재탕 삼탕 등 알맹이 없는 내용이거나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방안이어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격이 됐다. 정부가 발표한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방안’은 백화점식 대책 나열에 그쳤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강력히 요구한 유류세 인하 카드를 정부가 제외시켰으니 당연한 결과다.
TF가 내놓은 종합대책은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사이트·선물시장 개설, 자가폴(비정유사 독립폴) 주유소 공동구매, 제6의 독립폴 주유소 신설, 석유수입업 활성화 등이다. 정유사폴 주유소의 석유제품 혼합 판매 허용은 시장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검토과제로 뒀다. 예전에 추진됐다 무산된 방안들을 포함해 온갖 대책이 망라돼 있다. 경쟁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함으로써 기름값 인하를 꾀하기 위한 것이지만 국민이 체감할 만한 내용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현 가능성에 회의가 드는 것도 적지 않다.
‘묘한 기름값’도 3개월간 분석해 보았지만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내 기름값이 국제 유가에 비해 더 오르고 덜 내리는 비대칭성 사례가 상당수 확인됐으나 정유사의 담합과 폭리 문제로 연결짓기에는 무리였다. 이러니 뾰족한 대안이 나올 수 없었다. 아무리 봐도 가격 인하 요인을 찾을 수 없자 정부가 대책 발표를 앞두고 한 게 정유사 압박이었다. 주무부처 장관은 성의표시 운운하며 윽박지르기도 했다. 이에 정유4사가 3개월 시한의 기름값 인하(ℓ당 100원) 조치를 취한 건 울며 겨자 먹기였다. 소비자들이야 반갑지만 강압적 방법은 부작용을 초래할 뿐이다.
사실상 정부의 무대책에 국민은 허탈하다. 정유사들이 고통분담에 나섰으니 이제 정부가 결단할 차례다. 만날 ‘유류세 인하 검토’라는 말만 하지 말고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한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올 1분기에 석유 관련 세금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원이나 더 걷혔다는 사실은 유류세 인하가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계속 딴소리를 한다면 반(反)서민 정부로 낙인찍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