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극 ‘비트윈’ 무대 美 입양인 에이미 미향 “공연장 초청했죠… 한국 친엄마”

입력 2011-04-06 18:49


‘어…머…님…께.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은데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제 한국 이름은 조미향. 미국 이름은 에이미 긴터입니다. 뉴욕 알바니에서 양부모님과 살고 있으며 막 스무 살이 되었답니다. 미국 생활은 정말 행복합니다. 20년 전 어머니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떼어놔야 했습니다. 그 슬픔을 모두 이해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미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불편하게 해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곧 한국 갈 일이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번 뵙고 싶습니다. 대구 여성은 예쁘다던데, 그런 어머니 모습을 상상합니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딸 미향이가.’

‘어…머…님…께.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은데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제 한국 이름은 조미향. 미국 이름은 에이미 긴터입니다. 뉴욕 알바니에서 양부모님과 살고 있으며 막 스무 살이 되었답니다. 미국 생활은 정말 행복합니다. 20년 전 어머니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떼어놔야 했습니다. 그 슬픔을 모두 이해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미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불편하게 해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곧 한국 갈 일이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번 뵙고 싶습니다. 대구 여성은 예쁘다던데, 그런 어머니 모습을 상상합니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딸 미향이가.’

친엄마에게 쓴 입양인의 편지

1인극 ‘비트윈’은 입양아가 친엄마에게 쓴 편지로 시작된다. 그는 20년 전 한 미국가정에 입양됐다. 양부모는 크리스천이었고 재정적, 정서적으로 안정된 가정이었다. 하지만 입양된 이 아이는 정체성 문제로, 인종 차별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는 ‘입양’이라는 단어는 몰랐지만 말을 알아듣기 시작하면서 본능적으로 알았다. 백인인 부모와 다르게 생겼고 학교 친구들은 “깜둥이”라고 놀렸다.

그러다 6년 전 미국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의 도움으로 친부모를 찾았다. 하지만 선뜻 연락할 수가 없었다. 문제가 복잡했다. 무엇보다 친부모가 만나고 싶어 할지 몰랐다. 평생 죄책감에 시달렸을 것이다. 자신을 버린 것을 원망하는 마음으로 친부모를 찾는다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는 편지를 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연극은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주인공 에이미 미향(28·여)이 한국의 친엄마를 찾고 실제 만나기까지의 과정이다. 그는 편지를 쓰고 8개월 만에 친엄마를 만났다. 다행히 엄마도 원했다.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 그저 낯선 사람처럼 느껴져 이상했다”고 기억했다.

연극은 에이미의 대학 졸업 작품이다. 그는 미국 뉴욕의 호프스트라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다. 그에게 입양은 삶의 화두였다.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썼고 무대에서 호평을 받았다. 또 2006년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초청도 받았다. 1600여개의 무대가 열리는 세계 최대 예술 이벤트다.

입양과 미혼모 문제를 공유하고 싶어

한국무대에 선 것은 영어 연극단체 ‘서울 플레이어’가 지난해 공연한 뮤지컬 ‘스펠링비’에 이어 두 번째다. 에이미는 ‘스펠링비’에서 오디션을 통해 극 중 한국인 역을 맡았다.

그는 2년 전부터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친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연기자, 영어강사, 음성치료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서울 플레이어는 외국인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연극동아리다. 모두 자비로 진행하지만 벌써 11년째다. 관객도 외국인이다. 대사가 모두 영어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글 자막을 사용한다. 한국인을 초청,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는 이야기다.

“입양하면 사람들 생각이 양 극단이에요. 미국에서 잘살고 있지 않느냐는 것과 그래도 한국의 부모를 떠났으니 안타깝다는 것이에요. 그 중간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사실 입양은 복잡해요. 양부모가 아무리 잘해줘도 친부모를 찾고 싶어 해요. 찾았다고 다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는 제목의 ‘비트윈’이 양 극단의 사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과 미국의 사이이기도 해요. 입양인은 대개 어느 한 나라에 속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요. 저는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봐요. 두 나라 사이에서 두 나라를 모두 알면 더 좋지 않겠어요?”

두 번째는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생각, 편견을 없애자고 말할 계획이다. “미혼모가 아이를 입양시키는 것은 사랑이 없어서가 아니에요. 아이를 혼자 키울 수 없는 환경과 선입견 때문이에요. 입양,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에요.”

에이미는 미국에서 미혼모를 돌보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미혼모 역시 자식에 대한 사랑은 여느 부모 못지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미혼모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혼자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입양이 크게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엄마 역할 직접 연기…8∼17일 이태원서

그는 친엄마와 그의 가족을 공연장으로 초청했다. 엄마 이야기를 무대에 올려도 되느냐고 미리 양해도 구했다. “엄마와는 이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가끔 뵙기도 해요. 그냥 딸이 어떤 일을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는 8세 입양아, 성인이 된 입양인, 외국인과 한국인 등 1인 6역을 소화한다. 자신의 친엄마 역할도 직접 한다. “엄마가 겪었던 고통과 자책감을 가슴으로 느끼게 된다”면서 “그래서 엄마를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편지처럼 입양아로서 감사할 수 있었냐고 물었다. “미국 가정과 미국 생활이 행복했어요. 입양아로서 받은 고통, 엄마의 고통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자기 딸을 남의 손에 맡기는 괴로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거죠.”

에이미는 오는 6월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영국으로 향한다. 하지만 입양인과 미혼모의 권익 향상을 위한 일은 계속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입양아를 위한 법이 제정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연기자인 만큼 연극을 통해 이슈화하겠다고 말했다. 입양인의 삶을 미국의 젊은이들과도 공유할 방침이다. 그는 미 전역의 대학교를 돌면서 공연하고 싶다고 했다.

더 나아가 시민권이 누락돼 성장한 이후 추방당하는 미국 내 한국입양인의 삶도 작품으로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 어려서 모르다가 투표권을 행사할 때 시민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다. 이들은 다시 한국에 갈 수도 미국에 남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다.

연극은 8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이태원의 ‘클럽 애프터 메인스테이지(Club After Mainstage·seoulpayers.com)’에서 공연된다. 감독은 미국 포틀랜드 출신 김송씨가 맡았다. 프로덕션 ‘더 워크숍 디비전’ 대표다. 수익금 전액은 국내 미혼모공동체인 한국미혼모가족협회(KUMFA)에 기부된다.

글 전병선 기자·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