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프롤로그] 인순이 미학
입력 2011-04-06 19:05
가수 인순이씨가 예쁜가요? 제가 보기엔 참 아름다운 여인으로 보이는데 여러분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TV프로그램 중 ‘신입사원’이라는 코너를 가끔 봅니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전력 질주하는 참가자의 긴장된 얼굴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경쟁’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시작된 것을 알기 때문이죠.
한데 심사위원 분들은 그들에게 왜 튀지 않느냐고 질책하는 듯합니다. ‘튀다’. 긍정적으로 풀이하면 개성을 요구하다로 받아들일 수 있겠네요.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응시자의 발성과 발음, 그리고 그들의 가능성을 들여다보며 차분히 격려하기보다 방송화면용 소재 찾기를 염두에 둔 호통조 심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내 자식이라면 그 자리에 세우고 싶지 않더군요. 예쁘고 멋진 그들을 왜 ‘망가뜨리려’고 하는지….
아나운서의 덕목은 ‘교양’ 아닌가요. 그 교양이란 바른 신언서판으로 문화이상(文化理想)을 향한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겠지요. 이것이 그 직업군의 철학이죠. 그럼에도 그 분야 심사위원들은 예능 트렌드를 직업 철학으로 잘못 알고 튈 것을 강요합니다. 유행은 한순간의 풍미일 뿐입니다.
인순이는 노래를 잘합니다. 게다가 마음이 선합니다. 그래서 예쁩니다. ‘신입사원’의 그 청춘들은 프로가 아닙니다. 가능성 있는 아나운서 후보일 뿐입니다. 그들이 맑은 얼굴로 몸에 맞지도 않은 개그맨 흉내를 낸다면 예쁘겠습니까.
가수는 노래 잘하고, 아나운서는 바른 어법으로 정확하게 메시지 전달하고, 검사는 공명정대하게 법집행하고, 정치인은 민의에 귀 기울이는 것, 그리고 나서 짬을 내 자신의 달란트를 어떤 형태로든 기부하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죠.
그 노래 잘하는 스타 인순이씨가 먼저 장애인을 위해 재능을 기부하겠다고 나섰답니다. 그것도 자기 생일에 말이죠. 멋지지 않습니까, 예쁘지 않습니까.
전정희 종교기획부장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