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교회학교, 희망은 있는가?
입력 2011-04-06 14:47
[미션라이프] 한국 교회의 신뢰도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비해 교회학교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적다. 교회학교는 미래의 한국 교회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위기의 원인을 짚고 돌파구를 마련하는 일은 결코 미룰 수 없는 일이다. 한국기독교교육학회(회장 김국환 교수)가 2일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개최한 ‘한국기독교교육학회 50주년, 희망을 말하다’ 주제 학술발표회에서는 한국 교회 교육의 위기와 가능성을 짚는 다양한 논문들이 발표됐다.
장신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유선희 박사는 ‘한국교회 어린이교육의 문제 진단과 새로운 방향 모색을 위한 연구’란 제목의 발제에서 목회(성인)와 교육(어린이)의 이원화를 한국 교회 교육의 근본 문제로 꼽았다. 이같은 문제는 어린이들을 신앙공동체의 진정한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들이 지닌 본질과 가치를 경시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능동적 예배자가 되어야 할 어린이를 교사나 부모의 중재를 통해 하나님과 관계하는 수동적 예배자로 전락시킨 것도 이원화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게 유 박사의 지적이다.
유 박사에 따르면 한국 기독교 초기부터 2007년까지 발행된 기독교 교육 관련 논문 중 어린이 관련 학위논문은 석사 10%, 박사 7.5%에 불과했다. 어린이 교육에 대한 한국 교회의 무관심 정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는 게 유 박사의 설명이다.
박상진(기독교교육연구소 소장) 장신대 교수는 ‘한국기독교교육학회의 미래 전망과 과제’ 발제에서 위기의 교회학교를 돌파하기 위한 다양한 몸부림을 소개했다.
그는 먼저 ‘교회 안의 작은 교회’를 주창하고 있는 은준관 실천신대원 총장을 예로 들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은 총장은 교회 교육이 회복될 때 가정이나 학교도 교회와의 연계성 속에서 기독교교육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래서 은 총장은 교회 중심의 교육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은 총장은 기존 교회학교처럼 프로그램이나 이벤트성 행사에 교회학교의 미래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대신 교회의 진정한 잠재력을 시스템화하기 위해 교회학교를 ‘교회’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일환으로 어린이 교회, 청소년 교회를 세우는 데 앞장서 왔다. 은 총장의 이같은 ‘교회 안의 작은 교회’ 운동에 대해 박 교수는 “기존 교회학교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교회론에 근거해 교회학교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교수는 고용수 전 장신대 총장을 교회와 교회학교의 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목회를 제시한 인물로 높이 평가했다. 유 박사가 지적한 것처럼 성인 중심의 목회와 어린이 중심의 교육으로 이원화된 교육구조는 목회적이지 않은 교회학교와 교육적이지 않은 목회활동을 가져와 공동체성과 활력을 상실하게 만들었다고 것이 고 전 총장의 지론이다. 따라서 고 전 총장 역시 은 총장처럼 교회학교를 교회의 부속기관 정도가 아니라 ‘교회 안의 작은 교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회학교 프로그램도 예배와 성경공부뿐만 아니라 친교와 봉사활동으로 확대하고, 주5일 수업에 맞는 주말과 주중 교육프로그램도 신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하는 수련회나 절기 프로그램 역시 고 전 총장이 제안하고 있는 내용이다.
박상진 교수는 교회교육의 또 다른 대안으로 교회와 가정을 연계한 ‘통합 교육’을 제시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애틀랜타의 노스포인트교회. 어린이와 어른의 통합 예배와 통합교육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장신대기독교교육연구원과 영락교회가 노스포인트의 교육 프로그램을 원용, 각각 ‘해피 투게더’, ‘위드’라는 통합 교육을 선보이고 있다. 박 교수는 “주일아침 교회학교 분반공부만으로 자녀 신앙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며 “부모가 자녀 신앙교육의 주체라는 인식하에 교회와 함께 부모들도 적극적으로 자녀들의 신앙교육에 참여하는 흐름이 국내에서도 형성되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 한 일”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