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대안학교’ 첫 졸업생 배출… “다 포기하려던 제게 따뜻한 손 내밀어 주셨어요”

입력 2011-04-05 19:36


5일 경기도 수원 우만동 ‘미혼모 대안학교’ 홀트고운학교에서 만난 운동복 차림의 이진주(가명·15)양은 배가 불룩했다. 임신 7개월째인 이양은 현재 중학교 3학년이다. 학교 상담교사 권유로 지난달 이곳을 찾았다.

이양은 “몸이 불면서 교복이 작아져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며 “이곳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홀트고운학교는 임신한 청소년이 출산할 때까지 머물며 공부하는 학교다. 입양전문기관 홀트아동복지회가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 지원을 받아 지난해 9월 운영을 시작했다. 청소년 임신부·미혼모에게 학습권을 보장하도록 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계기였다.

학교는 건물 2층을 교실과 사무실로, 3층을 미혼모 방으로 쓰고 있다. 교실에서는 교사 5명이 학생들과 둘러앉아 개인교습을 하듯 수업한다. 명은주 원장은 “이곳에 오는 학생 상당수가 학업에 관심이 적은데 한 학생은 이곳에서 공부하며 수학 성적이 93점까지 올랐다”며 “학생이 실수했다고 교육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학교는 개교 5개월 만인 지난 2월 18일 이은아(가명·19)양 등 2명을 첫 졸업생으로 배출했다. 이양은 당시 교사들에게 남긴 감사편지에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다 포기하려던 제게 손을 내밀어 준 것은 고운뜰 선생님들이셨다”며 “엄마의 마음을 모르던 저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셨다”고 적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마친 이양은 현재 공기업 인턴사원으로 근무 중이다.

강창욱 기자, 수원=진삼열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