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P(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 ‘한강의 기적’ 세계에 전수한다

입력 2011-04-05 21:49


전 세계 23개국에 ‘경제발전’ 전략을 전수하는 과외 교사. 2011년 현재 대한민국의 또 다른 위치다.

‘1950년대 전후 최빈국에서 초고속 성장을 이룬 나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지경까지 추락했다 불과 10여년 만에 주요 20개국(G20)이 된 나라’인 한국을 ‘본뜨고’ 싶은 개발도상국들에 우리의 경험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Knowledge Sharing Program)이 그 교재다. 2004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을 대상으로 처음 이뤄진 KSP 사업이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같은 자원 부국들도 지원받고 싶어 하는 ‘인기 수업’이 되면서 에너지 협력 외교 등에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 UAE 원전 수주 때는 사실상 ‘유인책’으로도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업 신청’ 쇄도…올해 20∼25개국 더 지원 예정=기획재정부는 올해 KSP 사업 지원 대상으로 20∼25개국을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KSP 사업에 대한 수요조사를 마친 뒤에도 각국의 지원요청이 쏟아져 추가 조사한 나라만도 30개국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G20 정상회의를 전후로 아프리카, 중동 국가들의 신청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예산도 지난해 74억여원에서 140억원으로 증액됐다. 사업내용은 다양하다. 수출금융정책·수출입은행 설립 방안(베트남)이나 신용카드 거래 활성화 방안(알제리) 등 구체적 정책은 물론 아예 5개년 개발계획을 수립(쿠웨이트)해준 경우도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나보이 경제특구도 KSP 자문의 결과물이다.

정부는 2009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실시한 경제정책 전반을 컨설팅 해주는 ‘중점 지원국’ 대상도 지난해 4개국에 이어 올해 7개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원전 등 프로젝트 수주에도 역할=개도국과의 경제발전 경험 공유는 각 나라와의 우호적 관계를 구축해주는 것은 물론 민간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를 넓히는 데도 역할을 한다.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작은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보완해주는 측면도 있다.

최근 쿠웨이트, 사우디 등 ODA 지원을 받지 않는 자원 부국들의 KSP 사업 요청이 늘고 있는 것도 매우 고무적이다. KSP가 이들 국가와의 에너지 협력 외교에서 유효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UAE 원전 수주 때도 KSP가 일정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는 UAE에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정책 자문을 주 내용으로 하는 KSP 지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5일 “협상 과정에서 UAE 측의 요구가 있었다”면서 “각종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협상이나 경협 과정에서 상대국 요구로 KSP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고 말했다.

◇유·무상원조 연계, 발전경험 모듈화 추진=정부는 앞으로 사업 대상국이 KSP를 토대로 실제 사업을 추진할 경우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지원해주는 원스톱 원조체계도 추진할 계획이다. 수출진흥정책 자문을 받은 도미니카가 대표적 예로, 무역센터 건립 등에 1억 달러 규모의 EDCF를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우리의 발전 경험을 경제성장·중소기업·무역자유화·조세 등 분야별로 나눠 맞춤형 컨설팅이 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발전경험 모듈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