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방사능 공포] “무책임한 대응 전세계가 공포”… 동정이 불신으로

입력 2011-04-05 18:36

동일본 지진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이 ‘동정’에서 싸늘한 ‘불신’으로 바뀌고 있다.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바닷로 계속 방출돼 전 세계가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는데도 일본 정부의 대처는 미흡하고 위험스럽기 짝이 없다. 우리 국민들도 일본의 무책임한 태도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해외 언론, 동정에서 불신으로=해외 언론은 방사능 물질을 흩뿌리는 일본 정부의 늑장 대처에 대해 “도대체 일본은 뭘 하고 있느냐”고 맹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일본 정부가 원전 방사능 유출 수습에 적어도 수개월 걸린다고 발표하자 “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됐지만 앞으로 전망이 안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쿄전력이 원전에서 일하던 직원의 사망 소식을 숨긴 것도 문제가 됐다. 도쿄전력은 행방불명됐던 직원 2명이 지난달 30일 4호기 터빈실 지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3일 밝혔다. 같은 날 열린 외신 기자회견에서는 “직원의 죽음을 바로 발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왜 도쿄전력의 간부가 이 회견에 나오지 않았는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균열이 생긴 원전 터빈실에 도쿄전력이 톱밥 신문지 등을 넣은 데 대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4일 “과연 톱밥이나 신문지 등이 효과가 있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 허핑턴포스트(HP)도 ‘매일 매일 새로운 문제가 나오는 원전’ 제목의 기사에서 “누수를 막기 위해 톱밥, 대형 쓰레기봉투 등을 사용했지만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HP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방출된 세슘 137의 농도가 체르노빌 원전 사고 수치를 웃돌았다”며 “추산이 맞는다면 후쿠시마 원전은 사상 최악의 사고로 기록될 것”이라고 규정했다.

미 CNN은 “일본 정부가 고집을 부리지 말고 ‘원자로에 시멘트를 주입하라’는 미국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들였다면 이 정도까지 문제가 심각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한국 시민들, 일본 정부 강하게 비난=서울 화양동 건대입구역에서 5일 만난 회사원 조동주(26)씨는 “환경 오염을 유발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철저히 무시한 처사에 분개한다”며 “일방적 방류는 명백한 외교적 결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부 신희범(44)씨는 “일본은 구제불능”이라며 “가족이 휴대전화로 일본 대지진 돕기 모금에 참여했는데 지금은 배신감만 남았다”고 말했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생 김성엽(27)씨는 “우리 정부가 이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적극 만류했어야 했고, 몰랐다면 우리 정부의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생 김하양(22·여)씨는 “일본 정부의 처사에 화가 난다”며 “강하게 대응하지 않는 우리 정부를 보면서 국민으로서 무력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트위터와 인터넷에는 종일 “이래도 일본 돕기를 계속해야 하느냐”는 글이 올라왔다.

한승주 최승욱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