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곳간 ‘철철’… 투자엔 인색
입력 2011-04-05 18:28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대기업들이 ‘곳간’에 현금을 가득 쌓아놓고도 투자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지난해 말 현재 유보율은 1219.45%를 기록했다. 2009년 말 유보율 1122.91%보다 96.54% 포인트 늘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 10대 그룹 계열사 중 지난해와 비교할 수 있는 72개사가 분석 대상이다.
유보율은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기업이 영업활동 또는 자본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돈을 얼마나 사내에 쌓아두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비율이 높으면 재무구조가 그만큼 탄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반대로 투자 등에 돈을 쓰지 않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10대 그룹 유보율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꾸준하게 올라 2004년 말 600%를 돌파한 데 이어 2007년 700%대, 2008년 900%대에 올라선 뒤 2009년에는 1000%를 넘어섰다. 지난해는 이 비율이 1200%를 넘어서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투자하지 않고 곳간에만 쌓아둔 게 자본금의 12배를 웃돈 셈이다.
유보율이 가장 높은 곳은 태광산업으로 무려 3만6385.49%였고, SK텔레콤도 3만739.60%로 3만%를 넘어섰다. 이어 롯데제과(2만4000여%) 남양유업(1만7000여%) 롯데칠성음료(1만6000여%) SKC&C(1만4000여%) 영풍(1만3000여%) 순이었고, 삼성전자의 유보율도 9358.63%로 집계됐다.
백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