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금리인상 ‘출구전략’ 시행 놓고 치열한 내부 공방전
입력 2011-04-05 21:35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지해 온 초저금리 정책에서 탈피하는 이른바 ‘출구전략’의 조기 시행을 놓고 미국과 유럽에서 일진일퇴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구성 멤버들 간에 금리인상과 양적완화 조기종료를 주장하는 매파와 현 상태 지속을 주장하는 비둘기파로 나뉘어 설전이 한창이다.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주말 “출구전략 논의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논의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연준의 국채매입 프로그램 규모의 감축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반면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준 총재는 지난 4일 경제포럼에서 완만한 속도의 물가상승이 예상된다며 조기 출구전략 시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5일 발언이 이런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 역시 “인플레와 기대심리를 면밀히 점검하되 상품가격 인상이 일시적인 인플레 유발에 그칠 것으로 기대한다”는 중립적인 입장에 그쳤다.
유럽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7일 22개월 동안 연 1.0%에 머물던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원자재가격 상승 여파로 관리목표 2%를 벗어나 있어 인플레 억제가 급선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금리인상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남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에 봉착했다. 크레디트 스위스 그룹, 스탠다드차타드 등 금융기관뿐 아니라 로이터통신, 블룸버그 등 언론들까지 비판대열에 가세했다. 이에 도이체방크 등 독일 은행들은 독일의 예를 들며 때늦은 감이 있다며 금리인상 찬성론을 펴고 있다.
두 지역에서 불거진 논쟁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것은 출구전략이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이상재 투자전략부장은 “미국이 저금리를 유지하고 유럽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달러 가치 약세와 투기 수요에 의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조기 종료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곽수종 수석연구원은 ‘미국 경제의 회복세 전환과 출구전략’ 보고서에서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전격 단행해 달러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뤄진다면 한국 등 신흥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