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방사능 공포] 日 오염수 통제력 상실… ‘죽음의 바다’ 불안감 고조
입력 2011-04-05 22:18
일본의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인근 해역이 ‘죽음의 바다’로 변해가고 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제1원전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에 대한 통제력을 사실상 상실했다. 고농도 오염수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저농도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하고 있다.
◇고농도 오염수 6만t=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4일 오후부터 집중폐기물처리시설과 5·6호기 등에 보관하고 있던 약 1만1500t의 저농도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기 시작했다.
저농도 오염수 속에 포함된 방사성 요오드 131의 평균 농도는 1㎤당 6.3∼20베크렐(㏃)로 법정기준(0.04㏃)의 평균 100배다. 일부는 기준치의 약 500배에 달한다. 바다로 무단 방출되는 오염수는 50m짜리 풀장 6∼7개분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저농도 오염수의 바다 방출은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일본 정부가 이런 극단 조치를 취하는 건 고농도 오염수를 저장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제1원전에 고여 있는 고농도 오염수는 총 6만t에 이른다. 원자로의 핵연료와 사용후 핵연료봉을 냉각시키기 위해 지난 17일부터 바닷물을 대량 투입하면서 고농도 오염수가 터빈실 지하 등에 고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염수 유출 경로 일부를 찾았다는 점이다. 이날 오후 유백색 염료를 추가 투입해 2호기 전원케이블용 작업터널 밑 쇄석층이 유출통로로 확인됐다. 그러나 취수구 부근 균열 부위에서 기준치의 1억3000만배 방사성 요오드 131이 검출된 점으로 미뤄 또 다른 유출 경로가 있을 가능성 있다.
◇어민들의 반발 증폭=원전 주변 어민들은 정부와 도쿄전력이 사전 예고도 없이 대량의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하자 거세게 반발했다.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4일 도쿄전력에 보낸 항의문에서 “오염수의 방출로 어업 재개가 어려워지는 거 아니냐”며 “오염수의 바다 투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어민들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서 멀리 떨어진 이바라키(茨城)현 이바라키시 앞바다에서 지난 1일 잡힌 까나리에서 ㎏당 480㏃의 방사성 요오드 131이 검출됐다. 일본 정부가 이날 서둘러 어패류 방사능 기준치를 ㎏당 2000㏃로 정한 건 뒷북행정의 전형이라는 평가다.
일본 수산청은 이바라키현과 지바(千葉)현 등지에서 잡힌 수산물에 대한 방사성 물질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검사 어류 품목도 까나리 외에 정어리, 광어 등으로 확대키로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