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매립택지 전국 12곳… 주민건강 위협

입력 2011-04-05 18:27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예전에는 쓰레기 매립지였다면 납득할 수 있을까. 본보가 환경부에서 입수한 사용종료 생활폐기물 매립장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일부 매립지 위에 주택이 건설됐거나 건설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환경부는 사용종료 매립지의 주소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현재 환경부가 파악하고 있는 사용종료 생활폐기물 매립지는 전국적으로 1316곳에 이른다. 그 가운데 서울과 6대 광역시 소재 123곳의 이용 실태를 위성지도를 통해 분석한 결과 주택·택지, 경작지, 하천부지, 공장·상가 등 위해 우려가 있는 곳이 70곳이었고, 25곳은 토지대장에 없는 지번으로 등재된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 옥련동 A아파트는 1986년 사용종료된 쓰레기 매립지 위에 지어졌다. 광주 봉선동, 장덕동 일대 사용종료 매립지 위에도 아파트가 들어섰다. 인천 경서동 청라지구, 대전 가수원동 도안신도시 주택지구 등에는 택지 조성이 한창이다. 이처럼 사용종료 매립지 위에 주택이 들어섰거나 택지가 조성되고 있는 곳은 모두 12곳이었다.

부산 하단동 낙동강 을숙도에는 1993년부터 5년 동안 생활폐기물을 매립했다. 광주 산월동에는 영산강 하천부지 내에 사용종료된 쓰레기 매립장이 있다. 하천변에 들어선 생활폐기물 매립장은 모두 8곳이었다. 침출수가 유출되면 하천 오염으로 직결된다.

비닐하우스와 밭 등 경작지로 사용되고 있는 곳은 대전 비룡동 등 모두 14곳으로 확인됐다. 쓰레기장 위에서 자란 작물이 별다른 조치도 없이 국민의 입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대전에는 토지대장에도 등재되지 않은 주소가 환경부 문서에 기록된 경우도 있어 관리의 사각지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자료에는 서울소재 사용종료 매립지가 상암동 난지도매립지(현 노을·하늘공원 일대) 1곳뿐으로 조사돼 있다. 성수동 뚝섬과 광장동 일대 등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된 곳이 허다하지만 관리 대상에는 들어 있지 않다.

1987년 폐기물관리법 제정 이전에는 유해폐기물과 생활폐기물을 구분해 처리하는 규정이 없었다. 현재는 산·알칼리, 유기용제, 페인트·래커, 석면 등 유해폐기물 11종을 지정해 따로 처리토록 하고 있지만 이전까지는 구분 없이 매몰했다.

1978년 미국 카터 행정부는 뉴욕주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인 러브커낼 지역을 연방 비상지역으로 선포하고 1500여 가족을 이주시켰다. 미 연방 최초의 환경재난지역이 선포된 ‘러브커낼’ 사건이다. 유해폐기물 매립지로 사용하다 매립종료 후 학교와 주택이 들어섰고 매립지에서 흘러나온 유독물질 탓에 정신박약, 선천성 기형 등 주민 피해가 발생했다.

현행법은 사용이 끝난 폐기물 매립지 중 침출수 유출, 제방 유실 등으로 주민 건강이나 환경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매립종료 후 20년 동안 공원, 체육시설, 초지 조성, 수목 식재 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7월부터는 사용제한 기간이 30년으로 늘도록 시행령이 개정됐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