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乙 결투’ 결과따라 여도 야도 쇄신론 불가피
입력 2011-04-05 21:58
4·27 재·보궐선거는 정치권 지각 변동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과 영호남, 강원을 포함한 전국 단위의 재·보선을 통해 이명박 정부 4년차 민심의 향배가 드러나는 만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경우 여야 모두 쇄신론에 휩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후폭풍은 여권이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견해다. 특히 텃밭으로 여겨졌던 경기도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여권 내 총선 위기감도 급격히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당내에선 수도권 소장파들이 나서 “현 지도부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최고위원 일부가 자진 사퇴하면서 조기 전대를 요구한다는 시나리오까지 돌고 있다.
수도권 한 초선의원은 5일 “분당에서 이기고 강원과 김해에서 질 경우 잘못된 공천에 대한 비판은 나오겠지만 그 수준은 얕을 것이다. 그러나 분당에서 진다면 지도부와 청와대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여파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도 “전통적 한나라당 강세 지역이었던 분당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하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 수도권 완패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 쇄신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개인적으로 총선 공천 때 손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수도권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이명박계 의원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이재오 특임장관 등 여권 핵심부에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각을 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명지대 신율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손학규’라는 거물이 나서서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에 지도부 인책론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한나라당이 분당을 지켜내고 거물급을 내세운 김해와 강원지사 선거에서 1승 이상을 거둔다면 이명박 정부의 국정장악력이 당분간 유지되고, 안상수 대표 체제도 굳건해지면서 주류를 중심으로 한 정국관리가 단단해질 수 있다.
야권 내 역학 구도 변화 역시 분당을 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분당에서 승리하면 순식간에 유력한 대권 주자의 지위를 확보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버금가는 주목을 받을 수도 있다. 반면 패배 시에는 대권주자로서 적잖은 타격을 입으면서 대표직 유지 여부도 자칫 불투명해질 수 있다. 특히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 등 비주류의 거센 견제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손 대표가 분당에서 석패하더라도 김해나 강원에서 선전한다면 한나라당과 달리 조기 전당대회 요구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 교수는 “김해에서 민주당 곽진업 후보가 당선된다면 분당에서 지더라도 친노무현 세력을 흡수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선 100% 패배라고 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김해을 야권 단일후보가 자당 후보인 이봉수 후보로 결정된 후 선거 승리까지 이끌어낸다면 야권 잠룡으로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한장희 유성열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