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그랜저 거침없는 질주에… 판매 1위 뺏기고 기죽은 K7

입력 2011-04-05 21:29


지난해 국내 준대형차 판매 1위였던 기아자동차 K7이 올해 들어 맥을 못 추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연초 출시한 5세대 신형 그랜저 때문이다. 지난해 K7과 K5 등으로 현대차를 위협하던 기아차의 시장점유율도 줄었다. 한 식구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같은 기업의 다른 제품이 서로 경쟁, 판매를 감소시키는 것)이 재연된 셈이다.

기아차는 올 1분기 K7이 총 6863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1만3409대)보다 48.8% 줄었다고 5일 밝혔다. 1월 K7은 지난해 같은 달(4127대)의 절반 수준인 2403대, 2월에는 전년 동월(4249대)보다 68.4%나 줄어든 1344대가 팔렸다. 반면 1월 13일 출시된 신형 그랜저(HG)는 1월에 6026대가 팔렸고 2월에는 1만1489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와는 딴판이다. 2009년 11월 기아차 최초 준대형차로 출시된 K7은 지난해 총 4만2544대가 판매돼 그랜저(3만2893대)를 제쳤었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지난 2월 14일 고성능 직분사(GDI) 엔진을 탑재하고 편의사양을 한층 강화한 ‘더 프레스티지 K7’ 모델도 선보였다. 가격은 2980만∼3870만원으로 신형 그랜저(3112만∼3901만원)보다 낮게 책정했다. 당시 기아차는 “프리미엄 대형차에 맞먹는 편의사양을 대거 적용, 국산 준대형은 물론 경쟁 수입차보다 뛰어난 상품성으로 K7의 입지를 더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신형 그랜저의 돌풍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K7은 지난달 3116대가 팔려 지난해 3월(5033대)보다 오히려 판매량이 38.1% 줄었다. 반면 신형 그랜저는 3월 1만827대로 2개월 연속 월간 1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구형(TG)을 포함하면 그랜저는 올 1분기 총 2만9476대가 팔려 지난해 1분기(1만2654대)보다 판매량이 132.9%나 늘었다. 동급인 한국지엠의 알페온이 1∼3월 1100∼1300대, 르노삼성의 SM7이 500∼700대 수준을 유지했음을 감안하면 결국 신형 그랜저가 K7의 시장을 잠식한 셈이다. 현대차 측은 “신형 그랜저는 하루 평균 600대 이상의 계약고를 유지하면서 출고 대기 물량만 2만대가 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3월 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2월보다 1.8% 포인트 빠진 34.4%를 기록한 반면 현대차는 0.3% 포인트 상승한 46.2%였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신차효과를 톡톡히 보며 현대차 시장을 잠식했던 기아차가 올해는 반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