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기름값 할인 방식 ‘신경전’

입력 2011-04-05 21:30

정유사들이 휘발유, 경유 할인 방식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에쓰오일은 7일부터 3개월 동안 휘발유, 경유 가격을 ℓ당 100원 할인해 주유소에 공급한다고 5일 밝혔다. 에쓰오일은 정유사 공급가격을 100원 할인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앞서 SK에너지가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ℓ당 1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도록 했던 것과는 방식이 다르다. 에쓰오일은 “경쟁사의 신용카드 등을 통한 사후정산방식과 달리 소비자들은 주유하는 즉시 현장에서 할인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며 자사 방식의 혜택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SK에너지는 에쓰오일의 할인 방법이 자사 방식보다 인하효과가 적다고 반박했다. 정유사가 공급가를 100원 내리더라도 일선 자영 주유소가 이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소비자가 얻는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에쓰오일은 “바로 옆 경쟁주유소에서 100원 할인된 가격에 파는데 이보다 더 비싸기 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선 양사의 공방이 주유소 이탈 가능성 때문에 벌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SK에너지 폴을 단 주유소 입장에선 100원 싸게 파는 에쓰오일의 기름을 받고 싶은 유혹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방식의 혼합판매는 금지돼 있지만 주유소들이 편법을 동원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SK에너지에 이어 에쓰오일까지 가격 인하 대열에 합류하면서 인하 의사만 내비쳤을 뿐 구체적 인하 폭을 밝히지 않은 GS칼텍스와 할인 의사를 밝히지 않은 현대오일뱅크의 부담은 더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두 업체가 ℓ당 100원 할인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보다 적게 내렸다간 여론의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두 업체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이 석유제품값을 내림에 따라 소비자 물가 급등세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휘발유와 경유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12%, 1.09%로 이들 품목이 5% 내리면 전체 지수는 0.21% 포인트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