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의, 교통기본법안 의결… 주요 상업지역 ‘대중교통전용구역’ 설치

입력 2011-04-05 21:53

대구 중앙로는 2009년 12월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되면서 새로운 만남의 장소로 떠올랐다. 4차선 도로가 2차선으로 줄면서 이곳을 걷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5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대중교통전용지구 설치 등의 내용이 담긴 ‘교통기본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도로의 일대 변신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행권과 상권 살려”=대중교통전용지구는 말 그대로 대중교통이 아닌 다른 차량의 진입을 제한한 지역이다. 주로 도심 상업지역 일부 구간에 설치, 보행자와 자전거 이동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으로, 유동인구를 늘려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대중교통전용지구는 현재 미국 뉴욕과 피츠버그 등 미국 13개 도시와 독일 5곳, 프랑스 7곳 등 전 세계 33개 도시에 지정돼 있다. 국내에선 대구시가 중앙로 일대를 지정해 시범사업을 완료했고 부산시가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밖에 경기 안산시와 경남 김해시, 경북 포항시 등 4개 시가 사업 대상에 올라 있다.

교통기본법안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재량껏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지정, 조성할 수 있다. 도로에 버스전용차로나 도시철도를 설치, 일반 차량 통행을 완전 금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이 지역을 통과하는 차량 종류와 운행속도를 설정할 수 있고 주정차 금지 등 보행자 안전을 위한 모든 조치도 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구에서 시범사업을 한 결과 대중교통 승객이 42% 증가했고 이산화질소가 54% 줄어드는 등 대기환경도 매우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상권이 죽을 수도 있어”=대구 중앙로의 시범사업이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앙로 인근 상인들은 이면도로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진입하는 것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이를 허용할 경우 본래의 취지가 흐려진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갈등을 빚고 있다.

부산시도 인근 상인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부산시는 서면 밀리오레 인근 동천로 740m 구간에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설치할 계획을 세우고 이달 말까지 설계 현상 공모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반 차량 통행을 막으면 자가용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이 일대 상권이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다고 주변 상인들은 우려하고 있다. 또 동천로의 차량 통행을 막을 경우 주변도로의 차량 통행에 지장을 줘 이 지역 자체가 거대한 주차장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절충안을 모색하는 곳도 있다. 제주도 도시교통정비 기본계획 수립을 맡은 한 용역업체는 중간보고서에서 2015년까지 1.5㎞ 구간에, 2030년까지 3.2㎞ 구간에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조성해 교통 체증을 줄이고 도심지 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획일적으로 시행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련 지자체와 협의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 ‘교통권’ 보장=교통기본법 제정안은 대중교통전용지구 외에도 다양한 대중교통 활성화 방안을 담고 있다. 특히 국민들이 보편적 교통서비스를 제공받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교통수단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는 권리인 ‘교통권’을 법적 권리로 명시하고 국가가 이를 최대한 보장토록 했다. 또 국민이 신체적 장애와 성별, 사회적 신분 등에 따라 교통서비스의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국가가 마련할 것을 규정했다.

서민들이 교통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국민소득과 생활문화 수준, 접근성과 이동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저교통서비스 기준’도 제정·고시토록 했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 장관은 대중교통 운행 간격, 배차간격 등의 지표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 기준에 미달하는 지역에 대해선 대중교통 운행 확대와 공익서비스 지원금 보조 등을 통해 교통서비스 질을 개선해야 한다. 이로 인해 대중교통 소외지역인 도시 달동네와 농어촌 등의 교통서비스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지방자치단체가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구축, 운영할 수 있도록 했고 오지에 대해선 예약형 버스 운행 등 서비스도 제공하도록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법 제정으로 교통정책의 기본원칙이 확립돼 교통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중교통을 포함한 서민교통 서비스 수준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대구=최일영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