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내전 틈타 무기 반입… 美언론 “우려가 현실로… 반군 무기지원 부정적 시각 늘어”

입력 2011-04-05 18:07

리비아 반정부 세력에 대한 미국의 무기 지원 방안이 암초에 부딪혔다.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리비아 내전을 기회로 무기를 획득하고 있다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어서다.

미국 일부 언론은 5일(현지시간) 리비아 반정부 세력을 무장시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방안과 관련, 회의적 시각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의회와 행정부 일각에서는 “반정부 세력의 정체가 애매모호하다”며 알카에다와의 연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의혹이 점차 현실화되면서 무기 지원에 부정적인 시각도 강해지고 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4일 알제리 보안당국자의 말을 인용, 알카에다가 말리 북부지역을 통해 지대공 미사일과 러시아제 RPG-7 대전차 로켓, AK 소총, 중기관총 등을 밀반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리비아 동부를 출발한 도요타 픽업차량 8대가 수일 전 말리 북부에 도착해 대전차 로켓 등 무기를 부렸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알카에다에 무기 반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리비아 동부는 반정부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이다. 알카에다의 북아프리카 지부(AQIM)는 밀수 조직과 손잡고 무기를 운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령관도 최근 미 의회 청문회에서 “테러조직 활동에 대한 정확한 징후는 없다”면서도 “리비아 반정부 세력 안에서 알카에다의 불빛이 깜박거린다는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외국의 반정부 세력에 대한 무기 지원과 관련해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1980년대 중앙정보국(CIA)은 최소 2억5000만 달러에 이르는 무기로 소련에 대항하는 아프가니스탄 반군을 무장시켰다. 하지만 그 반군은 이후 탈레반의 주축이 됐고, 알카에다와 손잡고 미국이 지원한 무기로 미국과 전쟁을 벌였다. 1980년대 초에도 CIA는 니카라과의 친(親)소련 정권 붕괴를 위해 반군 ‘콘트라’에게 무기를 지원했다. 콘트라는 그 무기로 양민 수만명을 학살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미국이 리비아 반정부 세력에 선뜻 무기를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 돼 가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