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펄펄 나는 가빈… 대한항공 이륙 제동
입력 2011-04-05 18:02
2010∼2011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은 지난해처럼 삼성화재 가빈의 ‘원맨쇼’로 치닫고 있다. 2m7의 장신을 이용한 가빈의 타점 높은 오픈 공격과 백어택에 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은 속수무책으로 홈 2연전을 내줬다.
가빈은 챔프전 1차전에서 팀 전체 공격의 65%를 점유하며 45점을 몰아쳤고 2차전에서도 63%를 담당하며 무려 50점이나 퍼부었다. 앞서 현대캐피탈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가빈은 공격의 선봉에 나서 3연승으로 상대를 일축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서는 한 경기 최다득점인 57점을 기록하며 ‘인간 로봇’이라는 별병을 얻기도 했다. 챔프전 진출이 좌절된 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가빈이 혼자 70%를 때리면서 무식하게 패는 데는 별수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대한항공은 정규리그에서 삼성화재에 1패만 당하고 4승을 올렸다. 삼성화재를 가장 잘 봉쇄했던 팀이었다.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후 3주간 휴식기에 ‘가빈 봉쇄’에 훈련의 절반을 할애했다. 강서브로 상대를 흔들어 가빈에게 좋은 토스가 올라가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것이 1차 전술. 실제로 정규리그에서 서브 1위인 에반과 김학민, 한선수 등이 번갈아 가며 삼성화재 리시브를 흔들면서 강서브를 활용한 가빈 봉쇄는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
강서브가 여의치 않으면 가빈의 공격을 수비로 막는 맞춤형 수비도 구상했다. 가빈의 강타에는 가능하면 3인 블로커로 가로막되 최소한 파워를 한번 죽이는 유효블로킹이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유효블로킹 후 반격하는 연습을 대한항공은 매일 반복했다. 신영철 감독은 “가빈이 기교보다 파워에 의존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공격의 궤적을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심지어 블로킹 위로 내려꽂히는 상황을 가정해 많은 수비수들이 코트에 뒹굴었다.
하지만 가빈은 정말 로봇 같았다. 4일 경기서 5세트를 뛰고도 전혀 타점이 떨어지지 않았고 세트를 거듭할수록 힘을 더 냈다. 그냥 무식하게 패는 것이 아니라 강타와 연타, 밀어치기를 경기 상황에 맞춰 구사하고 있다.
가빈-대한항공의 싸움이 돼 버린 챔피언결정전은 7일부터 대전 충무체육관으로 옮겨 3∼5차전을 벌인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