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노회 앞둔 예장 통합 심상찮다… 한기총 탈퇴 움직임

입력 2011-04-05 18:01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개혁 및 해체 논의가 교계 일각에서 계속되는 가운데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 내에서 ‘탈퇴’ 움직임이 심상찮게 일어나고 있다. 예장 통합이 한기총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이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예장 통합 총회 소속 목회자들에 따르면 이달 안으로 개최될 봄 노회 중에서 ‘총회의 한기총 탈퇴’ 헌의안을 다루기로 한 곳들이 감지되고 있다.

광주광역시의 한 노회에 헌의안을 내기로 했다는 이 지역 목회자는 “한국 교회의 미래를 생각하는 목회자들에게 이미 한기총에 대한 기대는 실망감으로 바뀐 지 오래”라면서 “이 분위기로 볼 때 헌의안이 노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구의 한 목회자도 “내가 속한 시찰에서 ‘탈퇴 헌의안’을 노회에 올리기로 결의했다”면서 “우리 노회뿐 아니라 주변 지역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강원도 지역의 한 노회장은 “아직 헌의안을 다 파악하지 못했으며 어떤 안건이건 올라오면 토의를 통해 결정할 뿐”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제안할 만한 안건이라고 생각하며 회의 진행자로서 전향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총회는 한 개 노회에서라도 헌의안이 올라오면 전체 대의원 토론에 이어 찬반 투표에 부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오는 9월 19∼23일 서울 강북제일교회에서 열릴 제96회 총회에서 교단의 한기총 탈퇴 안을 다루게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오는 11일 오후 3시 서울 연지동 연동교회에서 열리는 ‘한기총 사태 해결과 한국 교회 갱신을 위한 예장 목회자 참회 기도회와 공청회’ 또한 교단 목회자들이 갖고 있는 위기감을 엿보게 한다. 1부 참회 기도회에서는 예장 통합 전 총회장인 김형태 연동교회 원로목사가 설교한다. 김윤식(종암교회 원로) 김영태(청북교회 원로) 전 총회장, 유경재 안동교회 원로목사,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 등 교단의 원로들부터 젊은 목사들까지 200∼300명이 기도회에 참석한다. 2부 공청회에서는 이형기 장로회신학대학교 명예교수가 ‘에큐메니컬 운동에 있어서 교회 본질과 공적 책임’이라는 주제로 발제하며, 목회자 두세 명이 나와 한기총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이 행사 준비위원회의 한 목회자는 “교단 내에 한경직 목사가 만든 한기총을 없애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면서도 “교회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