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최종철] 한국 합참이 美軍 지휘하는 시대
입력 2011-04-05 17:45
한·미 양국은 북한의 국지도발 시 한국 합참의장이 미군 지원전력을 사실상 지휘토록 하는 데 합의했다고 최근 보도됐다. 언론이 크게 주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미 안보관계가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시대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한·미 전략동맹의 새로운 이정표가 마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동맹은 현존하는 동맹 가운데 전형적인 비대칭 동맹으로 간주되고 있다. 비대칭 동맹이란 두 동맹 당사국 간의 군사력을 포함한 총체적 국력이 과도하게 불균형 상태에 있는 동맹을 일컫는다. 이 같은 비대칭적 한·미동맹 관계에서 한국군 지휘관이 미군을 지휘하는 방안에 양국이 합의했다는 것은 일상적일 수 없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은 분쟁에 참여하는 미군이 타국의 지휘를 받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1994년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다자간 평화작전 정책을 다룬 ‘대통령 결정지시서-25(PDD/NSC-25)’에는 참여 미군(외국군 포함)에 대한 지휘·통제 체제가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미국은 해외에 주둔하거나 분쟁에 참여하는 미군의 지휘와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그것도 일시적으로 예외를 인정한다.
韓·美, 대칭 동맹으로 발전
이번 양국 간 합의는 지난해 일어난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주요 계기가 된 것이다. 휴전 이후 북한은 수많은 도발을 자행했지만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만큼 한반도를 전쟁의 위기로 몰아넣은 사례는 없었다. 이에 대해 한·미 양국은 북한에 대해 엄중하면서도 차원을 달리하는 대응책이 절실하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
핵으로 위협하고 재래식 무기로 공격하는 ‘핵 그림자 전략’과 위협에 이어 대화를 제의하는 북한의 위장 평화전술에 대해 한·미는 적극적 억제전략으로 맞서야 할 절박한 상황에 있었다. 우리로서는 ‘적극적 억제전략’은 정부의 국방개혁 307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 합참의장의 미군 지원전력 지휘권 합의는 국방개혁 307이 주안점을 두고 있는 국지도발과 같은 현존 위협에 대응하는 전력을 강화하려는 정부 방침에 잘 부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 합참의장의 지휘를 받게 될 미군 전력의 종류와 규모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U-2 정찰기, E-8 ‘조인트 스타스’ 등 대북 정찰감시 전력, 주한 미군의 다연장로켓(MLRS)과 M-109 자주포 등 포병 전력, 아파치 공격용 헬기와 의무 후송헬기 등 각종 헬기 전력 그리고 일부 해·공군 전력 등이 검토되고 있다. 우리 군의 취약 전력인 정찰감시 및 타격 능력이 크게 보강될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양국 간 지휘권 관련 합의는 우리 군의 국지도발 대응 전력을 보강한다는 의미도 크다. 하지만 더 큰 전략적 가치는 한·미동맹의 역할과 관계가 보다 대등한 대칭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北 국지도발 억제 효과 높아
나아가 한·미 군사 관계가 비록 비대칭적이기는 하나 미·일동맹처럼 보다 긴밀한 상호 의존적 관계로 발전하는 동력을 높여 놓았다는 것도 평가할 만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합의된 한·미 간 지휘 관계 신구상은 북한의 군 지도부가 국지도발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을 피할 수 없게 만들 것이분명하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보다 분명해졌다. 이번에 합의한 한·미 간 지휘관계의 효율적 개선으로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응하는 능력은 향상될 것이다. 또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 이후 정부의 응징 보복 의지도 어느 때보다 단호하다. 따라서 정부 의지에 따라 향상된 능력이 어떤 도발에도 차질 없이 행사될 것이라는 ‘신뢰성’을 높인다면 억지의 삼박자가 완결되는 것이다.
최종철 국방대 군사전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