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풀이 ‘뻔한 수업’?… 생활 속 ‘Fun한 수학’으로

입력 2011-04-05 17:55


교과부 ‘수학교육개선위원회’ 출범… 학교현장 변혁 올까

미국 학교에서는 수학 시간에 각도를 배울 때 수영 선수의 입수 장면을 보여준다. 교사가 수영 선수가 입수하는 장면을 보여주면 학생들은 수학 공식에 따라 ‘입수각’을 구한다. 학생들이 실제 적용 가능한 수학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서울대 수학교육과 최영기 교수는 5일 “우리나라에서는 30도, 45도, 90도를 가르치기 위해 추상화된 도형을 제시하지만 외국 아이들은 실제 선수들의 입수각을 재면서 각도를 배운다”며 “외국에서는 주로 현상을 자료로 가르치기 때문에 공부하는 양이 10분의 1밖에 되지 않아도 위대한 수학자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쉽고 재밌는 수학’이 우리나라 수학 교육에도 도입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수학교육 개편을 위해 초중고 교사와 학부모, 대학교수, 연구기관 관계자가 참여하는 ’수학교육개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별도로 교과부에 내 수학교육정책팀도 만들었다.

◇쉽고 재밌는 수학…스토리텔링형 교과서=교과부의 수학 개편 모토는 ‘쉽고 재밌는 수학’이다. 우리나라 학생은 수학 성취도는 높지만 ‘재미없고 실생활에 도움 안 되는 과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2007년 국제 수학·과학연구(TIMMS) 결과 한국 학생의 학습 성취도는 세계 2위지만 수학의 즐거움을 높게 인식하는 학생은 국제평균 54%보다 현저히 낮은 33%였다.

교과부는 딱딱한 수학 교과서를 스토리텔링형 구조로 개편할 계획이다. 공식 설명 및 문제 풀이 위주로 구성된 수학교과서를 의미와 사례 중심으로 서술하는 방법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진법을 예로 들면, 현재 대부분 수학교과서는 이진법의 간단한 개념과 공식, 문제풀이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개편 교과서에는 이진법을 발명한 라이프니츠에 대한 설명, 이진법이 현재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교과부 권기석 수학교육정책팀장은 “그동안 수학 성취도를 지나치게 계산 능력 위주로 평가했다”며 “문제를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과정도 수학 능력이기 때문에 논리적 사고 능력과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쉬운 수학을 만들기 위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어려운 내용은 상위 학년으로 이동하는 등 학년별 수준에 맞춰 교과를 재배치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예술이 융합된 수학=창의적인 수학도 개편의 큰 흐름 중 하나다. 수학 교육을 과학·공학·예술 교육과 연계시켜 창의적인 교육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보나치 수열(0, 1, 1, 2, 3, 5, 8, 13, 21과 같이 앞의 두 항을 합친 값이 다음 항이 되는 수열)을 가르치면서 이를 원리로 한 자연속의 ‘황금 비율’을 가르친다. 다시 황금비율이 각종 명함, 담배갑 등 산업 디자인에 활용되는 방식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창의적 수학을 위해 수학교과서의 주입식·단순암기식 내용을 20% 줄이고 실생활과 연계한 ‘수학과 생활경제’ ‘기초 공학수학’ 등의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이다.

교과부는 학교 내신 평가방식도 문제 풀이와 계산 위주에서 과정 중심 평가로 바꾸고 서술형 평가를 늘릴 방침이다. 또 고등학교 수학 수업과 평가에서 전자계산기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교과부 수학교육정책팀 장미숙 연구관은 “6차 개정 교육과정부터 수학에 계산기 등 공학적 도구 도입을 추진했지만 실제 학교에서는 적용이 잘 안됐다”며 “수업 시간에는 계산기를 도입하되 평가에도 계산기를 사용하는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시 위주 수학은 사교육의 ‘주범’=교과부가 수학 교육 개편에 나선 것은 수학이 입시도구화하고 사교육비 상승의 주범이 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교과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10년 사교육비 실태조사’에서 전체 사교육비 중 영어의 비중이 33%였고 수학은 28%로 뒤를 이었다. 국어 등 다른 과목의 사교육비가 전반적으로 감소한 반면, 수학 사교육비만 1.5% 증가했다. 수학에 투입된 총 사교육비는 5조9260억원이었으며 사교육 참여율도 53.6%로 영어(52.5%), 국어(31.4%)보다 높았다.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수리 영역이 고득점과 대입 당락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다.

교과부는 8월까지 교육과정 개편 시안을 만들어 교과서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학생들은 이르면 2013년부터 새 수학 교과서로 공부하게 된다.

임성수 임세정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