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한 마리가 1억원… 테러조직 주머니를 채운다

입력 2011-04-05 17:50


희귀동물 밀거래 ‘산업화’ 심각

희귀 동물 밀거래가 유망 범죄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연간 200억 달러(약 22조7000억원) 규모를 넘어서면서 마약 밀거래 산업을 추월했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탓에 알카에다 같은 국제테러단체, 아프리카 지역 각국 반정부군들, 범죄 조직들이 희귀동물 밀거래를 주요 자금원으로 활용하는 상황이다. 신디케이트(syndicate·공동판매회사)까지 만들 정도다.

◇희귀 앵무새 한마리가 1억원=지난해 8월 한 남성이 영국 버밍엄 공항에서 체포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버밍엄 공항을 경유해 두바이로 갈 예정이었다. 그의 옷 속에는 14개의 매 알이 들어있었다. 두바이 고객으로부터 7만 파운드(약 1억2400만원)를 받기로 돼 있었다. 이 매는 시속 240㎞의 속도로 날 수 있어 두바이 전통 스포츠에서 활용된다.

또 세계 최대 희귀동물 중개상으로 ‘도마뱀의 왕(Lizard King)’이라는 악명을 갖고 있는 안손 웡이 지난해 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붙잡혔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있던 그의 여행용 가방이 열리는 순간 모두가 경악했다. 보아뱀 95마리, 라이노세로스 살모사 2마리, 마타마타 거북 2마리가 튀어나왔다. 인도네시아의 무슬림 축제에 사용할 고객에게 넘길 예정이었다.

세계적 희귀동물들이 이처럼 다양한 목적으로 밀거래되고 있다. 희귀한 만큼 거래 가격도 상상을 초월한다.

암시장의 최고 인기 상품(?)인 브라질 아마존 지역의 리어 마코 앵무새는 1마리당 9만 달러(약 9930만원)에 암거래되고 있다. 이 앵무새 알 개당 가격이 3000유로(약 470만원)에 이른다.

탄자니아산 검은 코뿔소의 뿔 ㎏당 가격은 3만4000달러(약 3700만원)에 형성돼 있다. 호랑이 가죽 1파운드(lb)는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2만 파운드(약 3500만원)에, 호랑이 뼈로 만든 연고는 2000달러(약 220만원)에 거래된다.

고급 숄로 재탄생되는 티베트산 영양의 털은 1200∼1만2000달러(약 130만∼1300만원)선에서 팔린다. 설표범(Snow Leopard) 한 마리의 가죽 가격은 미얀마 국경 지대에서 500파운드(약 88만원)이다. 구렁이는 마리당 200만원에 우리나라 등지에서 음성적으로 판매된다. 아프리카산 코키리의 상아는 ‘귀하고 상서로운 물건’으로 여기는 중국인의 전통문화 때문에 ㎏당 100달러에서 지난 10년간 2000달러 수준까지 급등했다.

◇테러·반군 조직의 자금원=이색 애완동물 수집, 장신구와 옷, 약과 식욕 등 인간의 다양한 욕구가 희귀동물 수요를 계속 창출하고 있다. 이런 탓에 희귀동물 밀거래는 과거 단순 밀렵을 벗어나 이제는 산업 수준으로 변모하고 있다.

희귀동물 밀거래의 산업화에 가장 공헌을 한 집단은 아프리카 반군 지도자들이다.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활동 중인 반군들은 2차 콩고내전 당시인 1998∼2003년 상아와 야생동물 고기를 밀거래해 활동 자금으로 활용한 정황이 확인되기도 했다. 물론 반군 지도자들의 개인 주머니로도 들어갔다. 1994년 80만명이 숨진 르완다 대학살을 주도한 후투족 강경세력에게도 상아 밀거래 자금이 큰 역할을 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최근 보도했다.

이 밖에도 2003년 수단 다르푸르 학살 당시 반군에게도, 20년 내전 상태에 있는 소말리아 반군에게도 희귀동물 밀거래는 주요 수입원이 됐다.

희귀동물 밀거래가 짭짤한 수입을 올리다 보니 알카에다 같은 테러단체들도 밀거래에 나섰다. 희귀 동물 밀거래를 20년 넘게 추적해온 한 전문가는 “알카에다 소말리아 지부인 알샤바브가 상아와 코뿔소 뿔 거래에 연관돼 있다는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방글라데시에 근거지를 둔 2개의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도 연계돼 있다고 비영리 금융조사기구인 미국의 세계금융통합(GFI)이 주장했다. 이곳 역시 알카에다의 지원을 받고 있는 조직이다. 중화권 폭력조직인 삼합회는 희귀동물과 필로폰(메스암페타민)과 교환하는 등 이 사업에 깊숙이 개입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문가들은 “희귀동물을 밀거래하려면 잘 조직되고 훈련된 사람들이 기동성 있게 움직여야 한다”며 “이런 탓에 테러·반군 조직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범죄 신디케이트’ 형성=범죄조직들은 우선 지역 밀렵 전문가 또는 피난민들을 희귀동물 밀렵 작전에 투입한다. 싼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희귀동물이 확보되면 운반책을 고용한 뒤 증명서를 위조하거나 국경수비대원들에게 뇌물을 주는 수법으로 옮긴다. 차량은 장례식 또는 결혼식 차량, 앰뷸런스로도 위장한다. 대륙간 이송에는 중개인을 활용한다. 이때 각 지역 범죄조직과 연계한다. 한마디로 범죄 신디케이트를 형성하는 것이다. 대규모일 경우 컨테이너에 합법적인 동물과 섞어 이동시키는 과감성도 잊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동물들에게 약을 투여하거나 희귀 새들의 경우 페트병에 담아 이동시키기도 한다. 물론 인터넷이 희귀동물 밀거래의 주요 루트가 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희귀동물 수요 급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각종 희귀동물들은 인간의 욕구 충족의 수단으로 희생되고 있다. 희귀동물 최대의 적은 인간임이 분명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