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의 선율’ 예배 속으로… 국악기 해금으로 찬양사역 펼치는 이건명씨

입력 2011-04-05 17:46


한국교회는 여전히 예배 안에 가야금이나 장구, 향피리, 대금, 해금과 같은 국악기가 들어온다는 게 어색하다. 찬송이 피아노와 오르간, 기타, 드럼 등 서양 악기로만 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은 데다 전통음악이 제례와 깊은 연관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악을 예배 안으로 끌어 들여온 교회는 전국적으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이런 현실에서 이건명(30·한양대 음악대학원 박사과정)씨는 해금을 통해 그 가능성을 밝히는 국내 몇 안 되는 청년음악가이자 학자다. 그가 학위를 취득하면 국내 최초의 크리스천 해금 전공 박사가 된다.

“음악에서 동양과 서양의 수준 차는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그건 문화적 차이거든요. 한국교회가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전통음악과 악기로도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국립 국악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양대 국악과를 졸업했다. 중학교 때 국립국악원과 ‘방아타령’을 협연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2000년 전국난계국악경연대회 고등부 우수상을 수상했고, 2005년 독일 비텐베르크 주교청 초청 해금독주회를 가졌다.

해금은 왼손으로 현을 쥐었다가 오른손에 잡은 활대로 마찰을 일으켜 소리를 내는 찰현악기(擦絃樂器)다. 해금은 줄을 쥐락펴락 하면서 활대를 자유롭게 움직이면 익살스런 소리와 긴 한숨 같은 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서양의 바이올린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별명도 ‘깽깽이’다.

“일정한 화성과 규칙을 따르는 바이올린과 달리 해금은 얼마나 맛깔나게 떠는가 하는 농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장단에 맞추기에 오선지의 꾸밈음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미세한 부분이 있어요. 현을 어떻게 누르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소리가 나요. 마치 사람 목소리와 비슷하죠.”

그는 모태신앙인이다. 부친은 서울 중화동 한신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자연스레 어린 시절부터 신앙생활을 한다고 자부해 왔다. 그리고 음악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소명으로 삼아왔다. 그런 그에게 2003년 절망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어느 날 왼쪽 가운데 손가락에 염증이 생기고 움직일 때마다 뚝뚝 거리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병원에 가니 건초염이라고 해요. 수술을 하면 예전처럼 손을 움직일 수 없다고 해요. 음악가에겐 사형선고와 같은 것이었어요. 해금으로 한국인에게 소외되어 가고 있는 국악을 알리고 세계 최고의 음악가가 되겠다는 꿈이 한순간에 날아간 청천벽력과 같은 사건이었습니다.”

그는 6개월간 해금을 잡지 않고 방황했다. 그러다 성경을 만나고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했다. 그리고 인생의 목표가 음악에서 예수 그리스도로 변화됐다.

“성경통독 집회에 참석하면서 성경도 모르고 생활하는 선데이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내면의 변화를 체험하고 용기가 생긴 뒤 물리치료를 병행하며 회복했습니다. 최근엔 성공적으로 수술도 마쳤고요. 이젠 음악에 기교가 아닌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으려 해요.”

그는 현재 동서양 음악이 만나 균형을 이루는 통(通)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으며 매년 8월 경남 무교회 지역을 돌며 민족 고유의 정서가 담긴 전통 민요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