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의 영혼의 약국(94)

입력 2011-04-05 09:21

나는 오늘 예당저수지로 간다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다녀온 이들은 한 번씩 맛보았을 터다. 마치 우리나라의 붕어처럼 생긴 물고기인데 내장을 빼내고 기름에 튀겨서 먹는다. 특별한 맛은 없다. 일명 ‘베드로 물고기'(Perter Fish)를 말하는 것이다. 예수님 당시 어부였던 베드로가 갈릴리호수에서 그물을 칠 때 가장 많이 잡혔던 고기라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속설에 의하면, 이 물고기는 수정을 하면 아무것도 먹지 않고 더욱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는단다. 그리고는 어린 새끼를 낳을 때까지 입에다가 작은 돌멩이거나 동전 같은 것들을 꽉 물고 있다가 새끼를 낳고서야 입에 물고 있었던 것들을 내려놓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이 물고기가 작은 동전을 입에 물고 있기 때문에, 성전세를 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고 시비를 하는 무리들을 향해 예수님이 “바다에 가서 낚시를 던져 먼저 오르는 고기를 가져 입을 열면 돈 한 세겔을 얻을 것이니 가져다가 그걸로 세금을 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믿을 만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들을 만한 이야기다.

믿을 만하기로는 ‘달고기’라는 학명이다. 달고기의 학명은 ‘Zeus faber’로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최고의 신 ‘제우스’를 뜻하는 것이며, 살아 있을 때 등지느러미의 우아하고 위엄 있는 모습에서 붙여진 것으로 전해진다고 한다. 또 프랑스 이름인 ‘(聖) 피에르’와 독일명인 ‘페타스 피시’가 모두 베드로를 뜻하는 이름이 아닌가? 그러나 달고기는 바다에 서식하는 어종이니 민물인 갈릴리호수에 있었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어째서 달고기에게 ‘베드로 고기’라는 이름이 붙여졌을까? 이것은 달고기의 몸 한가운데 위치한 동전 모양의 검은 무늬 때문이란다. 몸 한가운데 위치한 둥근 반점이 마치 몸속에 은화가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갈릴리 호수에 사는 진짜 베드로 물고기는 ‘시클리드’과의 물고기이고, 달고기는 ‘달고기’과라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여하튼, 나는 오늘 낚시를 즐기는 교우들을 따라 춘천에서 멀리 떨어진 예당저수지까지 출장 낚시를 간다. 뭐, 내가 직접 낚시를 하는 것은 아니고 구경만 할 테니까 ‘낚시’라고 할 것까지도 없다. 그저 낚시 관광이라고나 할까? 왜 갑자기 낚시에 마음이 꽂혔는가 하면, 엊그제 읽은 어느 일간신문의 글 때문이다. ‘윤이상과 통영의 바다낚시’라는 제목의 글이었는데, 그 글을 읽고 나자 나도 갑자기 낚시하는 것이라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봄불 잔디에 번지듯 하는 것이었다. 윤이상은 ‘밤 바다낚시를 하면서 바다의 소리를 공명판으로 삼았고, 별 가득한 하늘을 음표 가득한 오선지로 여겼다’는 표현이 가슴에 불을 붙였다. 그래서 어느 장로님께 속내를 말했더니 당장 가보잔다. 바다가 아닌 저수지인 까닭은 내가 낚시라곤 생전 처음 따라나서는 초자라서 그렇다.

옛날 선비의 낚시질은 그 뜻을 얻고자 함이지 고기를 얻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었다. 즉 낚시를 드리우고 세상 인심의 동향을 살피고 군자와 소인을 구분하는 법을 익혔던 것이다. 무릇 군자란 상대를 속이지 않고 행동거지가 분명한 법이다. 그러하듯이 물고기도 미끼를 건드리지 않고 대번에 덥석 빨아들이는 놈은 군자에 비기는 큰 놈이란다. 옛날 그림에, 선비가 낚시하는 그림이 많은 까닭은 그러한 안목을 넓히는 방법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뜻을 얻고자 하는 마음 말이다.

나는 오늘, 낚시하는 것을 구경하기 위해 1박 2일로 예당저수지로 간다. 때는 바야흐로 사순절 기간이 아닌가! 십자가의 큰 뜻 하나 물어 오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이 실족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네가 바다에 가서 낚시를 던져 먼저 오르는 고기를 가져 입을 열면 돈 한 세겔을 얻을 것이니 가져다가 나와 너를 위하여 주라 하시니라”(마 18:27).

허태수 목사(춘천 성암감리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