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개혁 ‘역주행’ 잇단 제동… 선관위, 기업·단체 정치후원금 부활 방안 백지화
입력 2011-04-05 01:35
정치 개혁에 ‘역주행’하려는 정치권 안팎의 움직임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일 국회에 제안하려던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기탁 허용 및 정당후원회 부활 방안을 전면 백지화했다. 선관위원들은 전체회의를 열고 공직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안을 검토한 뒤 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두 부분을 최종안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달 21일 법인과 단체가 연 1억5000만원까지 선관위를 통해 정치자금을 기탁할 수 있도록 하고 정당후원회를 허용해 중앙당은 연 50억원, 시·도당은 연 5억원까지 후원금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권 선거를 조장하는 등 정치 선진화에 어긋난다는 비판 여론이 쏟아졌고, 지난달 28일 청와대도 공식 반대 견해를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선관위 관계자는 “청와대와는 전혀 상관없이 국민적 여론을 수렴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지역구 결합 비례대표제(석패율제)’와 국민경선제도 도입, 트위터·UCC 등 인터넷 선거운동의 상시 허용 등은 계획대로 개정 의견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또 전산통합선거인명부를 작성, 올해 하반기 재·보선부터 시범적으로 지하철이나 백화점 등에서도 투표소를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한편 국회의원 당선무효 규정을 현행 100만원 이상에서 300만원 이상 벌금으로 완화하려는 공직선거법 개정 추진도 여론이 악화되자 일부 의원들이 뒤늦게 발의를 철회했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 발의자는 김 의원을 포함해 한나라당 16명, 민주당 1명, 자유선진당 4명 등 21명이었다. 그러나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과 민주당 홍영표, 선진당 임영호 의원 등 3명이 4일 오전 발의를 철회해 18명으로 줄었다. 홍 의원은 “담당 직원의 실수로 서명이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와 선거를 바라는 국민 의사에 반하는 법안은 결코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국민이 가진 정서적인 흐름에 청와대도 일부 공감하는 바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김나래 유성열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