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자녀가 대주주 비상장사 20곳, 내부거래 비중 절반 육박

입력 2011-04-04 21:37

자산순위 30대 그룹 가운데 총수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사 20곳의 그룹 내부거래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과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들 비상장사 20곳의 총 매출 7조4229억원 가운데 계열사 매출이 3조4249억원(46.1%)으로 집계됐다. 30대 그룹 전체 계열사 평균 내부거래 비율인 28.2%보다 훨씬 높다. 그동안 재벌그룹 계열사가 비상장사에 거래 물량을 밀어줘 재벌가의 편법적인 부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장남 장세준씨 등 자녀가 지분 33.3%를 보유한 영풍개발은 지난해 매출 132억원 중 계열사 간 매출이 130억원(98.1%)으로 가장 많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장·차녀가 지분 18.61%를 보유한 식음료 업체인 롯데후레쉬델리카도 지난해 매출 584억 가운데 계열사 간 거래액이 569억원(97.5%)에 달했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아들 이현준씨 등이 대주주로 있는 티시스(90.5%),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장남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대림I&S(82.4%),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 허윤홍씨 등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GS아이티엠(80.8%),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두 딸이 대주주인 STX건설(75.6%) 등도 높은 내부거래 비율을 보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이 대주주인 삼성SDS는 내부 매출 비율이 36.7%였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대주주인 현대엠코는 57.3%였다.

비상장사 대주주들은 거액의 배당금까지 손쉽게 챙겼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해 현대엠코에서 125억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은 삼성SDS에서 31억원,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대림I&S에서 15억50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특히 현대엠코는 올해도 지난해 당기순이익(673억원)의 74%인 500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