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4사 컨소시엄 탈퇴… 브라질 고속철 수주 암운

입력 2011-04-04 22:27

200억 달러 규모의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 수주를 위해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이 위기다. 컨소시엄 내부 갈등이 불거지면서 서선덕 사업단장(한양대 교수)이 해임된 데 이어 참여 건설사들은 대거 컨소시엄을 탈퇴했다.

브라질고속철도 한국사업단은 현대엠코와 코오롱건설, 한신공영과 삼환기업 등 건설 4사가 모두 컨소시엄을 탈퇴했다고 4일 밝혔다. 컨소시엄엔 이들 업체를 포함해 한국철도공사와 철도기술연구원, 삼성SDS와 현대로템 등 모두 13개사가 참여하고 있었다.

컨소시엄을 탈퇴한 이유는 사업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브라질고속철 사업은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 캄피나스를 잇는 511㎞에 고속철 구간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브라질 정부는 사업비의 70%만 부담한다. 나머지 30%는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업체가 개별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공사를 한 뒤 이후 40년간 운영 수익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구조다. 하지만 현재 입찰조건에선 브라질 현지 금융권의 차입금 금리가 무려 11.75%인 데다 세금도 50%에 달해 수익을 거두기 쉽지 않다.

수요가 예상보다 적어 손해를 보더라도 이를 브라질 정부가 보상해 주지 않는다. 브라질 업체들이 고속철 관련 기술이전까지 요구하고 있다.

최양석 부단장은 “이런 조건의 사업에 참여할 업체는 지구상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현재 조건에서 입찰에 참여한다 안 한다고 명시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상식적으로 판단해 보라”며 입찰 철회 의사도 내비쳤다.

서 단장의 해임을 둘러싼 뒷말도 무성하다. 서 단장은 당초 사업비를 23조원 정도로 제시했으나 국내 건설업체들이 재산정한 결과 사업비는 최소 30조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참여를 검토했던 삼성물산과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도 재산정 결과를 본 뒤 사업 불참을 결정했다.

또 그가 제휴한 브라질 현지 건설업체 규모가 작은 것도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최 부단장은 “컨소시엄에 참여한 민간기업들이 사업비 산정 전문가로서 단장을 채용했지만 그가 뽑은 사업비가 현실성이 없었다”며 “때문에 지난 2월 이사회 의결로 해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업단은 입찰 조건이 변경되기를 기다려 입찰에 재도전할 방침이다. 브라질 건설업체들도 입찰 조건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등 현재 입찰조건을 재조정해 달라는 요구가 높은 상황이다.

때문에 원래 입찰기한은 오는 11일이지만 브라질 정부는 기한을 8월로 연기하고 조건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