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방사능 공포] 봄철 남서풍 발달… ‘방사능 바람’ 자주 몰아칠 듯
입력 2011-04-04 21:56
한반도 유입 새 루트… 공포 확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동중국해에서 남서 기류를 타고 조만간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방사능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기상청 등이 밝힌 유입 경로와는 전혀 다른 ‘남쪽 경로’로 방사성 물질이 국내로 날아들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일 기상청과 노르웨이 대기연구소 등이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예측을 내놓으면서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공식적으로 알려진 대기 흐름에 따른 방사성 물질 이동 및 국내 유입 경로는 두 가지였다. 먼저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이 캄차카 반도를 지나 북극으로 흘러갔다가 우리나라 쪽으로 내려오는 경로와 편서풍을 타고 일본에서 미국, 유럽 등을 거쳐 지구 한 바퀴를 돌아 국내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일본 남쪽에 형성되는 기류가 한반도에 방사능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이다.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은 “지상 3㎞ 이상 대기권에서는 여전히 편서풍이 불겠지만 지상 1∼3㎞ 높이 중층 기류에서는 남서풍이 발달하면서 한반도 쪽으로 바람이 불 가능성이 있다. 봄철엔 이 같은 기압 배치에 따른 남서풍 현상이 자주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동성 고기압은 시계방향으로 커다랗게 회전하기 때문에 일본 남쪽 대기에 포함된 여러 부유물질이 우리나라로 유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동중국해 인근에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모여 있을 경우 기류를 타고 국내로 유입될 수 있다는 뜻이다.
KINS는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남쪽 경로를 통해 일본 동쪽에서 시작된 기류가 우리나라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3∼4일 정도로 추정했다. 윤철호 KINS 원장은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후쿠시마에서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은 주변 지역에서도 그 농도가 점점 옅어지고 있는 만큼 지금까지보다는 약간 더 농도가 높아질 순 있지만 인체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도 “극미량이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비를 굳이 맞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독일 기상청은 4일 홈페이지에서 이 같은 남쪽 경로를 통해 6일 우리나라에 오는 방사성 물질이 제주와 부산·대구를 비롯한 영남, 광주 등 호남뿐 아니라 충남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앞서 노르웨이 대기연구소는 방사성 물질이 남서풍을 타고 6일 한반도 남쪽에 도착하고 7일에는 기준치의 100∼1000배에 이르는 방사성 물질에 한반도 전역이 뒤덮인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아 네티즌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됐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자 부랴부랴 해당 경로를 통한 유입 가능성을 인정, 또 한번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윤 원장은 이에 대해 “노르웨이 연구소의 분석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매일 같은 양의 방사성 물질이 열흘 동안 연속적으로 누출되는 비현실적 상황을 전제로 한 데다 3일 이상 앞서 예측한 것이라 신뢰도가 매우 떨어진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도 “기류 분석 시뮬레이션은 48시간 이상을 대상으로 할 경우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평가절하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