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軍 명령·규칙 위반 처벌조항은 합헌”

입력 2011-04-04 18:18

헌법재판소는 4일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구 군형법 47조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며 육군 보통군사법원이 제청한 위헌법률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대 4(위헌)로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이란 개념이 광범위하고 추상적이지만 이를 지켜야 하는 사람은 의미를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대법원 판결 등에 의해 구체적·종합적 해석 기준이 제시돼 있고 법 집행기관이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할 염려가 없어 명확성 원칙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군형법 47조(명령위반)는 정당한 명령 또는 규칙을 준수할 의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군대라는 특수성을 고려해도 법률이 아닌 명령·규칙을 처벌 근거로 삼는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며 학계와 군사법원에서 논란이 됐다. 헌재는 1995년에도 이 조항과 관련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강국 김종대 목영준 송두환 재판관은 “범죄구성 요건의 실질적 내용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지 않고 명령·규칙에 불필요하게 위임한 데다 명령·규칙의 내용이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육군 보통군사법원은 2009년 모 부대 소속 해안소초 부소초장으로 근무하면서 명령인 해안경계근무 지침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유모씨에 대한 재판 중 “처벌법규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금지 행위를 파악하기 힘들다”며 직권으로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