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는 새 중동 탄생 産苦”
입력 2011-04-04 21:43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반독재 시위로 이슬람 세계가 대변혁을 맞고 있다. 3개월째 계속되는 이 시위는 새로운 중동 탄생을 위한 산고(産苦)이며, 변화의 정도는 상전벽해(桑田碧海) 수준이라고 로이터통신이 4일 보도했다.
내부로부터, 또 아래로부터 진행되는 이번 중동 대변혁은 종전과는 다르다. 이스라엘이 2006년 미국의 지지 속에 단행한 헤즈볼라 폭격과 레바논 공격도 중동지역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아랍세계의 민주주의 도입을 내건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이 2003년 감행한 이라크 전쟁 역시 큰 영향이 없는 상황이다.
거리로 나온 서민들은 이집트와 튀니지의 대통령들을 몰아냈다. 리비아와 예멘의 지도자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거의 모든 아랍권의 지도자들이 당근과 채찍을 섞어가며 실질적이거나 잠재적인 도전에 맞서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라시드 칼리디 교수는 “통치자들이 겁을 먹고 있다”면서 “민중의 힘에 대한 불안감이 독재자와 전제군주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구의 절대다수가 무슬림인 중동지역은 최근 수십년간 동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을 휩쓴 민주화 바람에서 자신들도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휴대전화와 유튜브, 페이스북 등 실시간 매체에 의해 시위와 폭력사태 상황은 아랍 곳곳으로 생생하게 전달·전파됐다.
폴 살렘 카네기재단 중동센터 소장은 “아랍권의 민주화 운동은 아랍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공산주의, 정치화된 이슬람교 등 지난 150년간 이데올로기로 작용한 것들 못지않게 강력하게 아랍세계를 재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변화는 매우 심오해 민중들의 정체성과 핵심을 강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적, 다원적, 인권적인 가치 시스템이 창조되면서 이슬람 중심주의를 대체하고 이를 흡수해 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독재자 축출도 민주화 시위의 한 축이지만 대의(代議)정부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도 또 다른 축이 된다. 민주화 시위의 성공 여부는 선출된 정부가 사회적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을 어떻게 풀어 갈지에 달린 셈이다. 모로코, 알제리, 리비아, 시리아,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예멘, 오만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민중의 자유와 존엄성에 대한 열망에 정부가 얼마나 부응하는지도 중요하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