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20년 통치 탄 슈웨 장군 퇴진… 미얀마에 ‘민주화 봄’ 오는가
입력 2011-04-04 21:46
미얀마 군사정권을 20년간 이끌며 최고 지도자로 군림했던 탄 슈웨 장군이 퇴진했다.
탄 슈웨 장군이 모든 권력을 민간 정부에 양도하고 은퇴했으며 다른 직책을 맡지 않고 휴식을 취할 예정이라고 AFP통신이 미얀마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탄 슈웨 장군은 1953년 군에 입대한 뒤 소수 민족인 카렌족이 일으킨 반란 진압에 공을 세우며 입지를 구축했다. 그는 1988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명령을 내려 3000여명의 희생자를 낸 장본인으로 악명이 높다.
신군부 쿠데타의 주역 중 1명인 그는 1990년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에 완패했지만 정권을 넘겨주지 않았다. 1992년 건강 이상으로 물러난 소 마웅 장군의 뒤를 이어 최고 권력기구인 국가평화개발평의회(SPDC) 의장직을 맡으면서 군부 최고 지도자가 됐다. 그는 아웅산 수치 여사를 눈엣가시로 여겨 1988년 이후 15년에 걸쳐 가택연금 조치했다.
불교계 주도의 2007년 9월 민주화 시위를 무력 진압했던 그는 이듬해 2월 2010년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수치 등 주요 야권 인사들의 피선거권을 박탈하고 군부에 반대하는 소수민족의 투표권 행사를 막아 국제적 비난을 샀다.
20년 만에 치러진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군부가 지지하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의석의 80%를 확보했다. 그의 최측근 테인 세인(65) 총리는 지난 2월 의회에서 실시된 투표에서 대통령에 임명됐다. 50년 가까이 군에서 활동한 테인 세인 대통령은 2007년부터 총리직을 수행해 왔다.
탄 슈웨 장군은 지난달 30일 테인 세인 대통령이 취임식을 갖고 민간 정부를 출범시킬 때 “민간 정부 출범을 계기로 SPDC는 해체되고 모든 권력이 민간 정부로 넘어갔다”고 밝혔다.
미얀마 전문가들은 탄 슈웨 장군이 은퇴했지만 막후 영향력을 계속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얀마 정부 한 관계자는 “탄 슈웨 장군이 은퇴했지만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조언할 것”이라고 밝혀 그의 영향력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해 11월 총선 직후 가택연금에서 해제된 수치 여사의 행보는 여전히 신중하다.
그는 군부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하는 등 아직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선 이후 미얀마에서 변한 게 없는 만큼 미얀마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