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美 금융개혁 비판’ 일파만파

입력 2011-04-04 18:27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프랭크-도드법’을 신랄하게 비판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크리스 도드 의원과 함께 법안 통과를 주도한 바니 프랭크 민주당 의원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도 사설을 통해 그린스펀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지난달 30일자 FT에 “프랭크-도드법은 시장을 왜곡시키고 미국인의 생활수준을 위협하는 등 예상치 못할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법으로 인해 직불카드 수수료율이 줄면서 더 이상 은행들이 이를 취급하지 않을 가능성과 자기자본 거래 규제에 따른 은행들이 관련 사업부문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 등을 부작용 사례로 들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가장 단순한 금융시스템의 작동원리도 꿰뚫지 못하고 있다”고 조롱하면서 “시장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고 금융시장은 물리학처럼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의 이 같은 주장은 미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최근 법에 담긴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미묘한 시점에 나왔다. 이에 따라 공화당과 대형 금융기관을 위해 그가 ‘총대’를 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다음날 미 상공회의소 콘퍼런스에서 “금융규제안은 미국 대형은행들을 관에 처박고 대못질을 하는 것”이라며 그린스펀과 비슷한 불평을 터뜨렸다.

이에 프랭크 의원은 3일자 FT에 기고한 ‘그린스펀이 틀렸다’는 칼럼에서 “금융위기를 초래한 실수들 중 하나는 금융당국이 위기를 막기 위해 조치할 권한이 있음에도 행동하지 않은 것”이라며 “규제실패는 금융당국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는 “탈규제에 대한 그린스펀의 장밋빛 견해는 미국 경제의 기초를 흔들어놓은 2008년 금융위기를 간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FT도 사설에서 규제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는 그린스펀의 주장에 동조할 수 없다”면서 “신뢰할 만한 금융기관이 있어야만 금융이 마술을 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