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성경, 기독교 부흥으로 통했다… 최초 한글성경 ‘셩경젼셔’ 출간 100주년 기념예배·학술심포지엄
입력 2011-04-04 18:01
최초의 한글 성경 ‘셩경젼셔’가 1911년 출간된 후 한국교회는 성경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특히 성경의 보급은 기독인의 신앙 성숙과 교회의 발전뿐 아니라 한국 사회와 문화 전반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한국교회는 지난 100년 동안 성경을 여러 차례 개정해오면서 ‘하나의 성경’을 사용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대한성서공회(이사장 김순권)는 ‘셩경젼셔’ 완역 및 출간 100주년’을 맞아 4일 오후 서울 연동교회에서 기념예배와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글 성경이 한국교회와 사회, 국어 문화에 끼친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된 심포지엄은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한글 성경 완역 출판과 한국사회’란 기조강연으로 시작됐다.
이 교수는 “1816년 9월, 마량진을 방문한 영국 함선에 의해 영문 성경이 한국에 처음 전해졌고 이후 귀츨라프(1832년)와 토머스(1866년) 선교사에 의해 한문 성경이 전해졌다”고 밝힌 후 존 로스와 이수정 역부터 ‘셩경개역’(1938년)이 완간될 때까지의 한글 성경 번역과 출판과정을 역사적으로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한글 성경은 한글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한글을 민중의 문자로 만들어 문맹퇴치율을 급격하게 줄였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성경을 읽은 많은 그리스도인이 민족적 시련 앞에서 응답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덕주 감신대 교수는 ‘성서중심의 생활신앙’이란 강연에서 “신구약 전체가 번역돼 ‘한 권의 성서’로 출판됐다는 것은 한국 토착교인들이 비로소 신약과 구약 사이의 균형 잡힌 신앙을 형성하는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옥성득 미국 UCLA 교수는 ‘구역본 셩경젼서(1911)의 번역, 출판, 반포의 역사적 의미’란 강연에서 “성서공회의 반포사업은 선교사, 서점, 권서, 부인 권서를 통해 이루어졌다”며 “이 가운데 권서와 부인 권서를 통한 직접 반포가 가장 효과적이었으며 전도현장에서 훈련받은 권서들은 상당수가 전도사와 목사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옥 교수에 의하면 1915년 성서공회에 고용된 권서는 300명에 이르렀다. 1917년 한국 권서의 수나 반포량이 세계에서 2위를 기록할 만큼 한국의 성서 사업은 세계교회사에 유래가 없을 정도였다.
이어 민현식 서울대 교수는 ‘한국어의 발달과 성서의 영향’이란 강연에서 성서가 한국어 발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시대적으로 근대 국어와 현대 국어의 영역으로 나눠 소개했다. 소설가 현길언 장로는 ‘성경번역이 한국 문화와 문학에 미친 영향’이란 강연에서 성경적 세계관이 인류 구원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박용규(총신대) 최인식(서울신대) 최성일(한신대) 이달(한남대) 정정호(중앙대) 교수가 논찬자로 참여했다.
한편 기념예배에서 은준관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설교를 통해 “교회의 권위가 성경의 권위보다 높아지고, 성경이 설교를 위한 교과서로 전락하는 무서운 상황이 현재 한국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 총장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율법책(성경)을 읽고 출애굽을 기억하며 하나님께 돌아온 것(느 8:1∼9)을 기억해야 한다”며 성경을 통해 ‘민족적 메타노니아(회개)’가 일어나길 소망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